
국내 카드대출 연체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MZ세대의 대응 방식이 '빚 줄이기'에서 '빚 관리'로 바뀌고 있다.
20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된 카드대출 금액은 1조4830억 원, 연체율은 3.3%로 집계됐다.
카드대출 연체 규모는 2021년 말 7180억 원에서 2022년 8600억 원, 2023년 9830억 원, 2024년 1조940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는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며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고금리와 물가 부담이 이어지자, MZ세대는 이제 ‘빚을 줄이는’ 대신 ‘관리하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다. 결제일을 쪼개고, 포인트를 생활비처럼 쓰며, 가계부 앱으로 지출을 조절하는 등 ‘빚을 통제하는 루틴’이 새로운 금융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카드 결제일이 월말에 몰렸지만 최근 20~30대 사이에서는 결제일을 분산해 관리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 번에 빠져나가는 금액을 줄이고, 월급일이나 자동이체일에 맞춰 현금 흐름을 조정하는 식이다. BC카드·신한카드·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는 이용자가 직접 결제일을 고를 수 있는 결제일 선택제를 운영한다. BC카드는 5·10·15·20·25·27일, 신한·우리카드는 1일부터 25일까지 지정할 수 있다. 결제일을 나눠 설정하면 한 달을 여러 구간으로 쪼개 관리할 수 있어 체감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카드 포인트를 단순한 보너스가 아닌 생활형 자산으로 활용하는 흐름도 두드러진다. 우리카드의 ‘포인트 자동사용 서비스’는 포인트가 일정 금액 이상 쌓이면 결제 금액에서 자동 차감된다. 신한·삼성·국민카드 등도 유사한 자동사용 기능을 제공한다. 정부는 2021년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현금화 서비스’를 도입해 여러 카드사의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하고 현금으로 이체할 수 있도록 했다.
핀테크 앱은 MZ세대의 빚 관리 루틴을 완성하는 필수 도구다. 토스는 결제 알림·소비내역 통합조회·신용점수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뱅크샐러드는 자동이체 관리와 소비 리포트를, 하나원큐는 결제·입출금 알림 기능을 지원한다. 이용자들은 여러 카드의 결제일과 사용 내역을 한눈에 확인하며 ‘언제 얼마가 빠져나가는지’ 스스로 모니터링한다. 소비 패턴이 데이터로 시각화되면서 지출 통제의 주도권이 완전히 개인에게 옮겨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세대별 신용 이용 행태 분석'에서 "MZ세대가 신용 기반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하면서도 감당 가능한 범위 내 관리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신한은행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도 "신용을 회피하기보다 관리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지적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청년층의 카드론 증가와 연체율 상승을 언급하며 과도한 신용대출 사용에 유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