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오정근 칼럼] 집값 ‘문재인 정책 시즌2’에 대한 우려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더 세진 대출규제…수요 억제 초점
공급대책 없어 가격안정 효과 의문
청년층 내집마련 기회는 더 멀어져

정부는 15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대책이다. 핵심내용은 규제지역과 대출규제 강화다.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보면 현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만 적용돼 있는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를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과 광명, 성남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의왕, 하남 12개 지역에 적용한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30%로 제한되고, 조정대상지역 지정 시 취득세가 최대 5%포인트 인상된다. 규제지역과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된다. 2년 동안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고 비주택담보대출의 LTV도 기존 70%에서 40%로 강화된다. 실거주 의무 적용으로 사실상 전세를 낀 매매(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대출규제를 보면 규제지역 내 아파트와 아파트가 포함된 빌라 단지는 앞으로 LTV가 70%에서 40%로 줄어든다. 유주택자는 LTV가 0%로 사실상 대출이 금지된다. 또 다주택자는 취득세가 중과되고 전매제한도 3년이 적용된다. 재건축 조합원당 주택 공급은 1가구로 제한되고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도 제한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에서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의 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어든다. 2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한도는 2억 원으로 제한된다. 또 주택담보대출 스트레스 금리는 기존 1.5%에서 3%로 상향된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도 내년부터 15%에서 20%로 상향된다. 전세대출 규제도 신설된다. 수도권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앞으로 이자상환분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된다.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도 제시됐다. 구체적 방향과 시기, 순서는 과세 형평 등을 감안해서 종합 검토할 계획이라며 연구용역과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보유세와 거래세 조정 등 세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격 띄우기 등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범정부 대응기구도 새로 출범한다.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를 설치하고 산하에 수사조직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불법행위를 직접 수사하겠다는 취지다. 또 30억 원 이상 초고가주택과 아파트 증여거래를 전수 검증하고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국세청에 설치해 국민 제보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도 전국 841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에 나선다. 집값 띄우기와 부정청약, 재건축·재개발 비리 등이 단속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도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확실하게 누를 공급대책 없이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춰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급 부족에 따른 신축 아파트 희소성 및 가격 상승 기대감,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추세 등 상승요인이 여전히 존재해 큰 폭의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6·27 고강도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에도 집값 상승이 가열되자 이번에 10·15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마저 공급대책 부재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문재인 정책 시즌2’ 재연이다.

전세대출이 DSR 규제망에 걸리면서 세입자의 전세금 마련 여력부터 줄어들 우려도 있다. DSR 규제를 강화하면 현금 보유력이 낮은 중산층과 청년층이 전세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보증금이 줄어든다. 실수요자의 전세대출과 청년층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 감소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신규 계약은 급감하는 등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를 낀 ‘갭투자’ 매매까지 위축돼 전세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월세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갭투자 금지로 청년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더욱 멀어질 우려도 있다. 자칫 ‘월세난민’을 속출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국내 10대 건설사들이 지난해 진행한 안전 점검 및 평가 건수가 6만52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사가 ‘규제 과다’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 항등식 지출항목 구성비(2024년 불변기준) 중 건설투자 비중이 12.7%로 높다. 건설투자는 주택경기 불확실성에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금년에 8.3% 대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어 2021년 이후 5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어서 성장위축과 고용불안을 증폭시키는 점도 중대한 문제다. 규제보다는 공급 위주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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