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IMO 해운 탄소규제 1년 연기

(AFP/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해온 선박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미국의 강한 반대 속에 표결이 1년 연기됐다. 사실상 국제해운 탄소배출 가격제 도입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IMO는 영국 런던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를 열고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 채택 여부를 논의했으나 회원국 다수가 연기를 선택했다. 표결 결과 57개국이 찬성하고 49개국이 반대해 1년 연기안이 가결됐다.

이 안은 5000t 이상 선박이 연료유의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운항 시 부과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제83차 MEPC에서 이미 승인된 규제안으로, 예정대로라면 2027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제도를 ‘글로벌 탄소세’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IMO의 계획은 녹색 이념을 위한 새로운 관료 체제를 세우려는 시도”라며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이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찬성국들에 대해 미국 입항 제한, 비자 제재, 통상 조사 등의 조치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연기안을 공식 제출했고 미국을 비롯한 반대국들이 이를 지지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브라질 등은 반대했으나 표결에서 밀렸다. 한 EU 관계자는 “많은 나라가 미국의 압박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AFP에 전했다.

IMO 아르세뇨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폐회사에서 “축하하지 말자. 우리가 해결해야 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2050년까지 국제 해운을 온실가스 ‘넷제로’ 궤도에 올리기 위한 과학적이고 야심찬 프레임워크 구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미국은 진보주의자들의 기후 프로젝트에 돈줄이 될 뻔한 세금 부과를 막았다”며 “또 하나의 큰 승리”라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은 다음 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국제사회 기후정책 공조가 다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