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거래도 복수 브로커·ATS 체계지만 현지 문제 한계

미국 주식 거래 시스템에서 또다시 오류가 발생하면서 다음 달 주간거래 재개를 앞둔 증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현지 브로커(중개사)로 인한 전산장애가 잇따르면서 복수 체결망 구축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거래금액 상위 10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KB·신한·메리츠·유안타·하나·교보)에서 발생한 해외주식 서비스 장애는 총 53건이다. 이 중 30건이 해외 브로커나 거래소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추석 연휴 기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밤 10시30분부터 10시47분까지 메리츠증권, 토스증권, NH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대신증권 등 5개 증권사에서 미국 주식 주문 접수·체결 오류가 동시에 일어났다. 당시 국내 증시는 휴장 중이었고,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상황이었다. 미국 현지 중개사 드라이브웰스(DriveWealth)의 전산장애로 주문이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다수 국내 증권사는 미국 주식 주문을 현지 브로커를 통해 나스닥 등 거래소로 전달하는 구조를 쓴다. 이번에도 증권사들은 장애를 인지하자 즉시 다른 중개 채널로 우회해 복구에 나섰고, 대부분 밤 11시쯤 서비스를 정상화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야간거래 서비스에서도 이미 현지 브로커와 대체거래소(ATS)를 복수로 계약해 운용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이중화 시스템 덕분에 복구 속도는 빨랐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월 발생한 블루오션(Blue Ocean) ATS 전산장애로 인한 주간거래 서비스 중단 사태는 복수 체계가 미비했던 탓에 피해가 컸다. 당시 단일 ATS에 모든 주문이 몰리면서 시스템이 과부하돼 거래가 일괄 취소됐고, 취소 금액은 6333억 원, 계좌 수는 약 9만 개에 달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주간거래 재개 조건으로 복수 브로커·ATS 연결을 의무화했다.
당장 11월 재개되는 주간거래 서비스에 대비해 증권사들은 복수 중개사 계약과 주문 복구용 롤백(rollback)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복수 체결망을 통해 장애 시 자동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주문 이력·체결정보를 시간대별로 복원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이미 야간거래에서도 브로커·ATS 복수 계약 체계가 구축돼 있었음에도, 이번처럼 현지 시스템 문제로 거래가 지연된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지 인프라 문제가 터지면 국내 단말이나 MTS가 정상이어도 어쩔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은 주문이 미체결된 상태로 장이 종료되면 손해를 본다는 불만을 제기한다"고 토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간거래 재개를 앞두고 복수 체계가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사고가 났을 때도 복구체제도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