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국가핵심기술 기업, 사모펀드에 맡길 수 있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지 1년이 지났다. 단순한 지분 경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사안은 보다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전략광물 생산 기지이자, 정부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한 주요 자산이다. 이런 기업의 경영권을 사모펀드가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산업계와 정책 당국, 투자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집중되는 이유다.

핵심 쟁점은 MBK가 국가핵심기술 기업의 경영 파트너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에 있다.

MBK는 과거 굵직한 투자 과정에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논란과 지난달 롯데카드 해킹 사건이다. 두 사례 모두 투자자 보호와 정보 투명성 측면에서 많은 논의와 문제 제기를 불러왔다.

2015년 홈플러스 회생절차 당시에는 사전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이 발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사건을 검찰에 통보하며 압수수색까지 이어졌고, 투자자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는 사모펀드 구조 특유의 비공개성·정보 비대칭성에 대한 우려를 환기시킨 계기가 됐다.

롯데카드 해킹 사건도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내부에서 고객정보 유출 시도가 며칠간 이어졌음에도 초기에 이를 탐지하지 못했고, 해킹 발생 후 신고가 늦어졌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회사채 발행 시점과 해킹 관련 공시 문제를 두고 ‘투명성 논란’이 불거지며 금융시장 전반에 신뢰 리스크가 제기됐다. 사안의 본질은 경영 역량 그 자체라기보다,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고 시장과 소통하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이 같은 전력이 이번 고려아연 사안을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모펀드의 본질은 자본 효율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구조조정과 경영 개선을 통해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는 순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국가핵심기술과 같이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까지 같은 접근 방식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느냐는 점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단순한 비철금속 기업이 아니다. 반도체·이차전지·방위산업 등 국가 전략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광물을 다루는 기업이다. 공급망 안보 측면에서도 전략적 의미가 크다. 정부가 이 회사를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경영권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는 문제는 단순한 인수합병(M&A)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미 시장에서는 MBK의 적대적 M&A 추진 동력이 다소 약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성과 기술안보가 얽힌 사안일수록 시장과 정책 당국의 기준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투자 방식이 이런 특수한 산업 구조와 얼마나 조화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사모펀드라고 해서 국가핵심기술 기업의 경영권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투명한 지배구조, 책임 있는 투자 구조, 충분한 정보 공개, 공익적 책무 등의 조건은 최소 기준은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면 사모펀드도 기술 안보와 시장의 신뢰를 함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고객정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과거 전력이 지금의 상황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곧 안보인 시대다. 국가핵심기술을 다루는 기업의 경영권 문제는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와 안전망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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