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안에 런던시장 재고 급감
금값, 사상 첫 4100달러 돌파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 랠리 원동력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8% 급등한 온스당 50.1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런던 시장에서 은 현물 가격도 장중 1% 올라 온스당 52.8983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1980년 1월 윌리엄 허버트 헌터와 넬슨 벙커 헌터 형제의 투기 조작이 시장을 뒤흔들었던 ‘은 파동’ 당시의 사상 최고가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은값은 올들어 73% 뛰면서 금(56%)과 뉴욕증시 S&P500지수(13%)를 웃도는 상승 폭을 나타냈다.
안전자산 수요 확대와 함께 현물 거래 중심인 런던에서 발생한 역대급 ‘숏스퀴즈(공매도 포지션 강제 청산)’가 은값 급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인도 등 신흥국에서 실물 은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트레이더들이 미국의 귀금속 관세 부과 우려에 은괴를 대거 뉴욕으로 옮기면서 런던 내 거래 가능 재고가 급감했다. 이 여파로 런던 시장의 은 리스 금리(대차 비용) 1개월물이 10일 연 30%를 돌파하면서 역사적인 숏 스퀴즈가 일어났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AI), 전기차, 에너지 전환 열풍이 겹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도 은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 지질조사국(USGS)이 은을 국가 안보와 경제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은 사재기 움직임이 확산했다. 만약 지정이 확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철강·알루미늄·목재·구리 제품에 부과한 것과 유사한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은 시장은 금보다 유동성이 떨어지고 규모도 약 9분의 1에 불과해 가격 변동성이 훨씬 크게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은 가격 지지 수요가 없다면 투자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는 흐름만으로도 최근 급등세를 주도한 런던발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면서 불균형적인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과 은은 이미 안전자산 수요 확대로 역사적인 랠리를 펼치고 있다. WSJ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와 지정학적 긴장, 고평가된 주식, 금리 하락에 따른 피난처로 금과 은에 몰려들고 있다고 짚었다.
금값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COMEX에서 거래 중심인 12월물 금 선물은 3.3% 오른 온스당 413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온스당 4137.2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경기둔화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무이자 자산인 금에 대한 매수세를 자극했다.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노동시장 악화를 우려하며 연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