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6위에 멈춘 韓, 톱5와 차이는 ‘예산권 있는 컨트롤타워’

예산·집행 권한 부재한 ‘형식적 총괄기구’ 지적
미·중·프는 최고 정책결정권 직속 체계로 실행력 확보

(사진= 달리)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는 글로벌 AI 경쟁력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4’에서 한국은 미국·중국·영국·프랑스·싱가포르 등 상위 5개국의 뒤를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을 총괄할 조직은 갖췄지만 예산과 실행력을 함께 쥔 ‘진짜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부재하다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올해 6월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9월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고 ‘인공지능실’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명목상으로는 AI 정책의 ‘총괄·조정·집행 기능’을 강화한 셈이다. 형식적으로는 AI 정책의 ‘총괄·조정·집행 기능’을 강화한 셈이지만 부처 간 협의체 수준의 위원회 구조와 실질적 예산 배분 권한의 부재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부위원장으로 민간 상근 부위원장과 기획예산처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여한다. 부처 간 정책 조정 기능을 추가하고 ‘인공지능책임관협의회’를 신설해 이행 점검 기능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대통령령에 근거한 심의기구에 머물러 있어 정책 조정의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기획예산처 장관이 참여하더라도 예산의 편성·집행 권한이 해당 부처에 있는 이상 국가 차원의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최근 발간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AI 정부조직 과제' 고서를 통해 “정부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기능에 부처 간 정책의 조정을 추가했지만 예산의 배분・조정 기능은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정 효과는 약하다”며 “기획예산처장관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예산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히 위원회의 기능 확대가 아니라 기획예산처의 재정통제와 국가 단위의 정책 조정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 역시 ‘AI 기술개발 중심 부처’에서 ‘AI 산업화 중심 부처’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과기정통부 내 신설된 ‘인공지능실’에 AI 창업·성장 지원 기능을 추가해 기술개발 성과가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통상부를 ‘산업별 특화 AI 주무부처’로 추가해 과기정통부와 협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AI가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제조·에너지·바이오 등 산업별로 확산하는 글로벌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곧 한국의 AI 거버넌스가 주요국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토터스 인덱스 상위 5개국 중 미국·중국·프랑스는 AI 정책 조정 기능이 최고 정책결정권과 긴밀히 연동돼 있어 국가 AI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실이 AI 정책을 기획 및 조정하고 행정명령으로 각 부처의 AI 정책을 직접 조정하며 상무부·에너지부·국립과학재단이 분야별로 집행을 맡는다. 중국은 국무원이 중장기 AI 정책을 기획하고 각 부처의 AI 정책을 조정한다. 국무원은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발표해 2030년까지 세계 AI 1위 달성 로드맵을 제시했고 최근에는 AI를 전 산업에 적용하는 ‘AI 플러스(AI+)’ 전략을 발표했다. 국무원의 정책 기획・조정에 따라 공업정보화부(MIIT)가 정보통신・디지털 정책을 담당하고 과학기술부(MOST)가 과학기술・연구개발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여러 부처의 AI 정책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다음 해인 2018년에 ‘국가 AI 전략’을 발표하고 대규모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며 AI 정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 AI 정책의 집행은 경제・산업정책, 예산 및 조세・재정정책, 디지털 정책, 스타트업 정책을 담당하는 거대 부처인 경제재정산업디지털주권부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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