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패권 강화를 위해 ‘인텔 구하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인텔은 경영 위기와 기술 전환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빅테크 기업들에 투자와 협력을 연이어 요청하는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민간 협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대만 TSMC에 웨이퍼 제조 분야에서 투자나 협력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서로 경쟁사다. 다만 미국 현지 생산 확대라는 목표 아래에서는 제한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달에는 엔비디아가 인텔 지분 4% 이상을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단순한 재무 투자 차원을 넘어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네트워킹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칩을 함께 여러 세대에 걸쳐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해당 협력에서 파운드리 계약은 발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중장기적으로 인텔 파운드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8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도 인텔에 약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인텔은 최근 애플에도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인텔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와 파트너십이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민간 기업 간 협력처럼 보이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배후에서 전략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8월 인텔 지분 약 10%를 직접 인수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던 인텔에 직접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세계 반도체의 95%가 대만에서 생산되는 것은 절대 긍정적이지 않다”며 “임기 내 미국 생산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관세 인상 카드를 수시로 꺼내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자국 내 생산을 강요하고 있다. ‘인텔 구하기’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패권 전략으로 읽히는 이유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입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텔 중심의 미국식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할 경우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입지가 축소돼 협상력이 줄어들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인텔을 앞세워 생태계를 자국 내로 묶으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 의존도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에서 입지를 넓히지 못하면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