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차 민생쿠폰에 추석 겹호재인데...시장선 ‘대목은 옛말’

▲30일 서울 관악구 관악중부시장이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이원 기자 @iwonseo96)

“특별한 변화요? 없죠. 보통 때면 추석 앞두고 소고기 판매가 늘텐데⋯”

추석 황금연휴를 3일 앞둔 30일 서울 관악구 관악중부시장.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역대급 추석 연휴 대목에도 전통시장 분위기는 미온적이다. 사람은 평소보다 북적였지만 ‘기대 이하’라는 뜨뜻미지근한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관악중부시장 내 정육점에서 일하는 최모씨(26)는 “평년보다 30~40%가량 감소했던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어서 아쉽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고 전했다. 최 씨는 “추석 연휴가 길지만 특별한 변화가 없다. 보통 추석을 앞두고 소고기 판매가 느는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았다”며 과거와 달리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상인들 사이에서 명절 대목은 이제 옛말이다. 고물가와 계속된 불황, 차례상 간소화 트렌드 등으로 추석 물품 소비를 줄이고 있는 데다 그나마 소비를 하는 경우도 마트로 몰려 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뜸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은 4.8% 올라 13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배추(51.6%), 시금치(50.7%), 복숭아(28.5%) 등 모두 7월에 비해 크게 올랐다. 정부가 이달 전 국민 9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의 2차 소비쿠폰을 지급했지만, 눈에 띄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 관악구 관악중부시장 내 한 정육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를 나타내는 팻말이 붙어 있다. (서이원 기자 @iwonseo96)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8)도 “1차 민생쿠폰이 지급되던 당시 매출이 40%가량 줄어든 상태였다. 두 달이 지나면서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선불카드를 활용해 반찬을 사 가는 경우가 꽤 많았다. 1차 때 민생쿠폰을 사용처를 연 매출 30억 원으로 제한한 영향도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2차 소비쿠폰 지급과 명절이라는 겹호재에도 대목을 체감하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소비쿠폰을 통한 새로운 소비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통계청은 민생쿠폰 지급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던 소비가 다시 마이너스(-)를 보였다는 내용의 ‘8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2.4% 감소하며 4월 이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3.9%)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1.6%)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소비쿠폰이 경기 불황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소비촉진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나온다. 소비쿠폰 사용이 일부 업종에 편중돼 소상공인별 체감도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 근처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모씨(35)는 “(1차 때) 평소 커트만 하던 단골들이 펌이나 염색같이 가격 때문에 고민했던 비싼 시술을 받는 경우가 꽤 있다”며 “민생쿠폰 비용에 맞는 가격대의 시술을 확인하고 소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반짝 효과에 그치는 단기 소비 진작책보다 지속적인 소비 창출이 가능한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 민생쿠폰은 잘 한 정책으로 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결국 필요한 건 생산과 고용이 뒷받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일 서울 관악구 관악중부시장 내 한 반찬가게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를 나타내는 팻말이 붙어 있다. (서이원 기자 @iwonseo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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