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조국을 보면 왜 '영포티'가 떠오르는지

▲정일환 정치경제부장
어쩌다보니 멸칭이 되어버린 '영포티'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떠오른다. 한껏 비대해진 자아와 타인의 시선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닮아있어 그런가 싶기도 하다.

조국 위원장은 최근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8%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다. 범 진보진영의 '새로운 얼굴'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아가 비대해질만도 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헛웃음이 난다. 8%는 '절대적 지지'가 아닌 '상대적 1위'에 불과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1% 포인트(p) 차이일 뿐인데다, 당내 성비위사건과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 나온 결과라 더 그렇다. 물론 조국 위원장은 "그런 데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라며 여론조사를 일축했다.

조국혁신당의 성비위 사태는 202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내에서 성추행과 성희롱 사건 두 건이 접수됐고, 가해자들은 영구 제명과 중징계로 처리됐다. 외부 기관에 조사를 위임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적절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의 '침묵'과 미온적 대응이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강미정 전 대변인은 올해 9월 탈당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가 사건을 보고받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녀는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한 후 당내에서 2차 가해를 당했다"며 '당의 침묵'과 폭력성을 직접 지목했다. 강 전 대변인은 10개월 가까이 지속된 상사로부터의 성추행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당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울먹였다. 오히려 당내 일부 인사들은 '정략적 이용'이라 피해자를 몰아세우며 2차 가해를 자행했다고 한다.

이 논란은 '당내 스캔들'로 끝나지 않았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조국혁신당 대전·세종 정치아카데미에서 "죽고 살 일이냐"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최 전 원장은 이후 민주당으로부터 당원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미 번진 불씨를 꺼트리기엔 늦었다. 조국혁신당은 지도부 총사퇴로 대응했지만 '사후 약방문'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

조국 위원장은 교수 시절 13편의 성범죄 관련 논문을 썼다. 그 중 한 논문에서는 "성범죄 피해자를 둘러싼 2차 가해는 사회적 폭력의 연장"이라며 가해자 중심의 대응을 비판했다. "성범죄는 권력 구조의 산물"이라고도 썼다. 그러나 당내 사태가 터지자 그는 당내가 아닌 외부의 비판에 대해 "2차 가해는 고발조치하겠다"며 강경 태도를 보였다.

다시 한국갤럽 여론 조사로 돌아가보자. 조국 위원장의 18~29세 지지율은 0%다. 30대에서도 2%에 그친다. 40대에서 9%로 급등해 50대에서 16%로 정점을 찍었다가 60대 11%, 70대 이상 5%로 꺾인다. 이 그래프를 조국 위원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세대간 권력구조와 성범죄를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투영된 결과로 해석한다면 과한 걸까. 영포티는 청년들이 자신들을 멸칭으로 부르는 현상을 사회적 지위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자신들이 우위에 있는 것에 질투가 난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한다. 또 낮은 지위와 부족한 재력 때문에 젊은 여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밀리자 화가 났다고 여긴다는 이야기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권력구조와 여성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뇌구조다. 요약하자면 세상은 돈과 지위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며, 젊은 '여자'는 서열에 따라 차지하는 대상으로 본다는 의미가 될 것 같다. 여성과 여자의 차이점이 뭔지 묻는다면 묵비권을 행사하련다.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조국 위원장을 보면 '영포티'가 떠오른다. 참고로 조 위원장은 60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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