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미·佛 ‘뜨거운 감자’ 부유세 논쟁

공완섭 재미언론인

‘부자 증세가 맞나, 감세가 답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근대 소득세 제도가 가장 먼저 확립된 영국을 중심으로 18세기 이후 끊임없는 논쟁을 벌여왔으나, 정권교체나 재정상태, 전쟁, 산업혁명 같은 대변혁기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엎치락뒤치락 해왔을 뿐, 어느 쪽이 맞다는 결론은 내지 못했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 한국에서 부유세 논쟁에 불이 붙었다. 11월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뉴욕시가 미국 부유세 논쟁의 발화점이다. 당선 가능성 1순위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저소득층에 지원하겠다는 파격적 공약을 내걸면서 촉발됐다. 요컨대,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의 시 소득세를 2% 올려서 연 40억 달러의 재원을 확보, 저소득층에 아파트 렌트 동결, 무료 버스 이용, 보육서비스 확충 등 복지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증세’주장 뉴욕시장 후보 당선 1순위

지구상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뉴욕시에서 이 같이 충격적인 슬로건은 서민으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지만, 부자로부터는 즉각 반발을 샀다. 월스트리트 금융자본가들과 부동산 업자, 고소득층 전문직 시민들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 ‘극단적 사회주의자’라고 거세게 몰아세웠다.

정치권의 선택은 달랐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부자들의 반발을 아랑곳하지 않고 맘다니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같은 당 소속이기도 하지만 맘다니의 서민주택 정책 등이 자신의 주택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내년 재선 출마 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를 대항마로 내세우고 있는 다른 당 후보 지지자 등 반맘다니 연대는 판세를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의 부유세 논쟁은 뉴욕시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추가로 매기겠다는 ‘증세’에 대해 부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게 뉴욕시 부유세 논쟁이라면, 오랫동안 부자 감세정책을 시행해오다 증세로 180도 전환한 데 대한 반발이 프랑스 부유세 논쟁의 핵심이다. 2018년 이후 실시해온 감세정책이 남긴 후유증은 처참하다. 올 1분기 누적적자는 한화로 5400조 원. 부유세를 폐지하고, 부동산 보유세 완화, 자본소득세 30% 단일세로 완화 등 일련의 부자 감세 조치를 취해온 결과다. 법인세도 33%에서 25%로 내렸다.

오랜 부자 감세로 ‘부자 대통령’이란 조롱을 받아온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실패, 그 뒷감당을 하기 위해 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가 되자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모든 걸 막아라(Block Everything)”고 외치는 시위 군중 분위기는 2018년‘노란조끼 시위’를 연상시킬 정도로 험악하다. 시위가 확산되면서 바이루 총리 내각은 9개월 만에 총사퇴했다.

한국, 주식 양도세 기준 ‘원위치’될 듯

이 시점에서 해법은 뭔가. 가브리엘 주크먼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부유세 도입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부유세를 매기면 부자들이 해외로 빠져 나갈 거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 대상은 극소수 초고소득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맘다니 뉴욕시장 후보의 공약과도 일맥상통한다.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 같은 진보 정치인들의 주장이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조세정책의 근간이기도 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기존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가 주식시장이 흔들리자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전 정부의 부자감세를 뒤쫓아가는 꼴이 됐지만 원칙보다 실리를 택한 걸로 보인다. 그 선택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자본시장 정상화 여부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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