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안정목표제, 정치적 압력 막는 핵심 도구"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제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핵심 장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단기적 요구와 압박을 차단해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특별강연 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의 대담에서 "내겐 물가안정목표제가 정치적 압력을 신경 쓰지 않게(shrug off) 해주는 좋은 도구"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0%로 설정하고, 기준금리를 통해 이를 달성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 총재는 "무언가 해달라는 정치적 요구가 있을 때마다 '그건 내 임무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중앙은행이 장기적 시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정치권이 경기 부양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력 속에서 금리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전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준도 물가 목표치를 2.0%로 두고 있지만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여전히 3.0% 안팎으로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이 고용시장 둔화 우려뿐 아니라 정치적 압박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이 어제 한 연설을 보면서 우리 인플레이션이 2%라는 점이 아주 기뻤다"며, "중앙은행 총재로서 나의 책무는 이미 달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해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보다 다소 높게 유지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들이 빠르게 성장해 이제는 금융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이 때문에 금융안정 이슈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규모 경제처럼 회복력이 강한 금융 부문을 갖춘 나라와 달리 한국 같은 경제에선 금융안정이 핵심 과제"라며, "중립 금리를 고려할 때 금융안정을 반드시 함께 감안해야 하고, 다른 나라보다 약간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