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장남, 장교 입대…‘노블리스 오블리주’와 또 소환된 유승준 [해시태그]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필승! 건강히 다녀오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장교 군복을 선택했습니다. 삼성가(家) 4세 이지호 씨가 미국 시민권을 내려놓은 건데요.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선천적 복수국적을 지닌 이지호 씨가 15일 해군사관학교에 입영합니다. 학사사관후보생으로 11주간 훈련을 받고,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하는데요. 이후 총 39개월간 군복을 입고 장교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되죠. ‘군대 간다’는 단순한 소식으로 치부하기엔 그 선택이 담고 있는 무게가 남다릅니다.

복수국적자가 한국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꼭 시민권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데요. 사병으로 복무한다면 굳이 외국 국적을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적법 제12조가 정하는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 제도를 활용하면 되는데요. 이는 복수국적자가 외국 국적을 그대로 두고도 “한국에선 외국인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절차입니다. 그렇게 하면 한국 국적을 가진 이상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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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교는 다릅니다. 군인사법은 장교 임용 자격에서 외국 국적자와 복수국적자를 원천 배제하기 때문이죠. 즉 ‘대한민국 단일 국적’만 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데요. 이지호 씨가 굳이 시민권을 포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민권 포기 없이 사병으로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39개월간의 장교 생활을 택한 거죠. 제도의 벽 앞에서 돌아서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재계에 따르면 이지호 씨는 이번 결정을 두고 가족들을 직접 설득했다고 하는데요. 미국 시민권은 글로벌 활동에 있어 유리한 자산이지만 그것을 내려놓고 한국 국적자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길을 택한 겁니다. 이재용 회장은 아들의 결심에 대견해 하며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는 재계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꼽히는데요. 복수국적자가 자발적으로 시민권을 포기하고 그것도 장교로 입대하는 경우는 드물죠. 매년 수십 명의 외국 국적자들이 자원입영을 하긴 하지만 장교까지 택하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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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씨의 사례는 곧장 재계의 다른 ‘책임의 선택’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한화그룹은 병역 이행의 상징적 집안입니다. 김승연 회장은 1974년 공군 장교로 복무했고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2006년 공군 통역장교로 3년 4개월을 복무했죠. 차남 김동원 사장 역시 공군 장교로 병역을 마쳤습니다. 부자(父子) 3명이 모두 공군 장교 출신인 드문 사례인데요.

SK그룹에서는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 최성환 사장이 눈길을 끕니다. 그는 중국 푸단대를 졸업한 뒤 귀국해 2006년 해병대 수색대에 자원입대했는데요. 힘든 보직을 골라 들어간 그의 선택은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죠.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장남 정해찬 씨 역시 2021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2023년 5월 전역했는데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군대에 들어간 그의 행보는 재벌가라도 국방의 의무는 동일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죠. 코오롱그룹의 이규호 부회장은 더 이례적입니다. 앞선 이지호 씨와 같이 미국 시민권을 가진 복수국적자였지만,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을 마쳤는데요. 거기다 레바논 파병부대인 동명부대에서 근무한 뒤 시민권을 포기했습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


연예계에서도 국적이나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에 간 사례는 적지 않은데요. 그룹 2PM의 옥택연은 대표적입니다. 미국 영주권을 반납하고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감행한 끝에 현역 복무를 선택했죠. 육군 백골부대에서 성실히 복무하며 ‘특급전사’에 선발됐는데요. 그는 전역 후 “나중에 내 아이가 물어봤을 때 당당해지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죠.

배우 차인표 역시 미국 영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육군에 입대해 ‘병역 모범’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배우 연정훈, 그룹 신화의 에릭·앤디, H.O.T.의 토니안도 미국 영주권을 반납하고 군복무를 완료했죠. 배우 유건은 한발 더 나아갔는데요. 아예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현역 입대를 택했죠. 선천적 시민권을 내려놓고 한국군을 선택한 드문 연예계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한데요. 피할 수 있었지만, 결코 피하지 않았죠.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한국인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출처=유승준SNS)


이지호 씨의 장교 입대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온라인에선 자연스럽게 유승준(스티브 유)이 거론됐는데요. 2002년 당시 최고 인기 가수였던 그는 각종 방송에서 “군에 가겠다”고 공언했지만 입대 직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병역을 면했죠. 그가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던 장면은 한국 사회의 ‘집단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요. 그날 이후 그는 단숨에 국민가수에서 ‘병역 기피 아이콘’으로 추락했죠.

한국 활동이 막히자 그는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가수·배우 활동을 이어갔는데요. 이후 법적 싸움도 시작했죠. 그는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재외동포(F-4) 비자 발급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9년 대법원은 “내부 지시에만 따른 기계적 거부는 위법”이라며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고 사건은 파기환송 됐는데요. 하지만 영사관은 다시 비자를 거부했고 또 소송전에 돌입했죠. 2025년 8월, 서울행정법원 1심은 유승준 측 손을 들어주며 “비자 거부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는데요. 그러나 법무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각하 결정되며 입국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권과 병무청의 입장은 단호한데요. 국회에서는 일명 ‘유승준 방지법’까지 발의됐고 병무청은 “그가 방송에 나서는 순간 현역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왔죠. 여론도 차갑습니다. 온라인 댓글에는 “자업자득”, “미국인이 왜 이리 시끄럽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는 비난이 가득하죠.


(게티이미지뱅크)


시민권을 내려놓고 장교로 들어가는 재벌가 4세와 시민권을 취득해 군대를 피하고 20년 넘게 한국 땅을 밟지 못한 가수. 이 극명한 대비는 자연스레 소환되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데요. 존중과 배척으로 정의되는 또 다른 비교가 됐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이 공동체를 위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죠. 한국 사회에서 이 단어는 자주 소비됐지만 실질적 사례는 많지 않았는데요. 공허한 미사여구로 끝나지 않은 살아있는 사례. 그의 무거운 책임감에 사회가 호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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