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0명 몰리며 성황…국내 미술시장 위상 입증

프리뷰 첫날, 전시는 축제 같았다. 작품을 감상하는 일반 관람객들 사이로 카메라를 든 컬렉터들이 분주히 움직였고, 안내원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재계 총수와 정치권 인사, 인기 연예인까지 현장을 찾아 예술을 즐겼다. 이 모습은 “아트페어가 거래 시장을 넘어 문화적 사교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에 힘을 보탰다. 작품의 깊이와 사람들의 열기가 어우러진 현장은 KIAF가 왜 ‘예술과 사회가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불리는지를 보여줬다.
현장에선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을 가늠할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이 무려 63억 원에 거래돼 "시장의 열기가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미술 시장은 이미 1조 원대 규모에 이르렀다. KIAF는 그 성장을 이끄는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행사가 특히 주목을 받은 건 BMW, LG전자, KB금융 등 대기업들도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참여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이번 행사를 역동적으로 이끌었다.

LG전자는 추상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묘법’ 연작을 올레드 TV 16대와 스탠바이미2 25대에 구현했다. 원작과 디지털 작품이 나란히 놓이자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화면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화폭이 스크린 속에서 살아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KB금융그룹은 2년 연속 리드파트너로 참여했다. 특별관에서는 신진 작가 이다연의 미디어아트 ‘별의 순간’을 중심으로 전시를 꾸몄고, 클래식 공연·아티스트 토크·드로잉 클래스·키즈 아트 프로그램까지 더했다. 현장에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대기업들이 아트페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단순 후원이 아니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마케팅이다.
BMW는 VIP 이동을 ‘럭셔리 체험’으로 바꿔 프리미엄 고객과 유대를 강화했다. LG전자는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 브랜드 스토리를 확장했고, KB금융은 문화를 매개로 고객과 만나는 방식을 제시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아트페어는 거래의 장을 넘어, 기업이 브랜드를 예술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 참여가 미술시장 확대와 고객 경험 혁신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