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희망홀씨 대출로 서민금융 안전망 더욱 공고히"

김병기 서민금융지원실 수석조사역을 만나다

#. 서문

실물 경기가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의 금융 생활 문턱은 여전히 높다.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 위축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금융 애로는 더욱 심화됐다.

생활이 어려워진 서민들은 돈이 필요한데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는 부실을 우려해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다. 신용이 낮은 서민들에 은행 문턱은 평소에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경제사정이 어려운 때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올들어 서민들을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끌어 들이고자 '친 서민 금융'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서민들의 경제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금융 지원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금융감독원이 올들어 야심차게 준비한 저신용자전용대출 상품인 '희망홀씨 대출' 이용자가 최근 10만명, 대출 취급액 5300억원을 넘어서며 서민금융 지원이 점차 본격화된 양상이다.

이투데이는 올 연말까지 '희망홀씨 대출' 이용자 10만명을 목표로 최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금감원 18층에 있는 '서민금융지원실'을 다녀왔다.

#. 본문

2009년 새해가 밝자마자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은 현재 제도권 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기 어려운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을 벌였다.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저신용자 810만여명 가운데 제도권 금융회사와 정상적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자는 약 280만여명(35%)에 불과했고 170만여명(21%)은 이미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저신용자는 대부업체로부터도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채무불이행자에 대해 이들의 재기를 도와주는 개인 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과 파산 등의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었음에도 이러한 금융소외자 통계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따라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공급해 사금융 내지 금융소외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는 방안이 가장 시급했다.

서민금융지원실은 그러던 중에 전북은행에서 저신용자나 저소득자에게도 대출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다른 은행에도 전파해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금융회사의 의견을 듣는 일. 이를 위해 서민금융총괄팀장을 반장으로 일반은행서비스국을 포함한 금감원 실무자, 은행연합회, 주요 대형은행 여신담당부장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올해 1월 29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TF에 모인 참석자들과 현재의 경제상황 및 전북은행의 저신용자대출인 서브크레딧론 상품에 대해 논의하면서 서민을 위한 대출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했다.

김병기 서민금융지원실 수석 조사역은 "당시 은행 측 참석자들은 현재 경제사정이 어렵고 서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를 하였으나 은행 자체사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수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결국 은행에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가능한 대출 상품을 개발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 2009년 3월 출시된 '희망홀씨 대출'

마침내 2009년 3월 우선 대출상품 판매가 가능한 전북은행 등 시중 5개 은행은 즉시 대출은 취급하였고, 여타 9개 은행은 대출 상품을 개발해 4월부터 순차적으로 상품을 출시키로 결정했다.

그 결과 2009년 8월 말 현재 국내 14개 은행 모두 동 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향후 총 2조3100억원을 한도로 서민들에게 대출 자금을 공급해 줄 예정이다.

'희망홀씨 대출'은 은행에서 취급하는 저신용ㆍ저소득자를 위한 대출 상품을 일컫는 말로, 여기서 저신용은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1~10등급 중 7~10등급의 하위등급, 저소득은 연소득 2000만 원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물론 저신용ㆍ저소득자라 하더라도 상환 능력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득이 없거나 금융채무불이행자(구 신용불량자), 연체자, 신용 회복 중인 자, 개인회생 및 파산면책자 등은 희망홀씨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

금감원과 시중 14개 은행들이 어려운 서민을 위해 출시한 전용대출상품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대출 받기가 어렵다는 민원인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 통씩 폭주하여 담당 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김 조사역은 "무엇보다 저신용자인데 은행대출 창구를 찾아갔으나 대출을 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는 민원인에게 본인의 신용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개인회생이나 파산면책자, 연체 중인 자, 금융채무불이행자라고 답변한 이들의 설득이 정말 힘들었다"고 대출 상품 출시 초기 당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김 조사역은 "희망홀씨 대출은 정부의 지원 자금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 자체자금으로 운영되는 상품이라 금융거래에 제약이 있는 분들은 대출을 해 드릴 수 없다고 답변하면 이번에는 이런 상품을 대체 왜 만들었냐며 항의 하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민원인들을 대할 때면 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을 만들지 않았으면 이런 봉변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 저조한 대출 실적에 대한 언론의 질책과 부실 우려

'희망홀씨 대출' 상품이 출시됐던 초기에는 유력 일간지나 TV 뉴스 등 언론에서는 저조한 대출 실적과 실제 은행대출창구 직원들의 상품 취급 여부도 모르는 직원들에 대한 지적 등 질책성 기사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대출 초기라 은행간 업무에 혼선이 발생했던데 따른 현상이라며 첫술에 배부르길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닌지 설명 했지만 뼈아픈 지적이었다.

김 조사역은 "초기 은행권의 대출 취급이 소극적이었던 것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많았다"며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은행 건전성을 감독하는 감독당국이 이 같은 정책으로 되려 부실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것이 주 임무인 금감원으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서민금융지원을 앞장서 외치는 서민금융지원실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김 조사역은 "대출 취급 여부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나 서민들이 영업점 창구에 와서 문의하면 대출 상품은 어떤 것이 있고 자격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대출을 거절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줄 것을 은행들에게 재차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어려운 서민들에게 은행이 대출을 해 주지 않으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높은 금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평가, 은행경영실태 평가 시에 대출취급 실적을 반영토록 결정하는 등 당국 나름의 대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김 조사역은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대출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라도 신용평가방법을 조금만 달리하여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면 충분히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은행들에 강조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신용도가 낮은 점을 감안해 대출 금리는 우량신용자보다 다소 높게 적용한다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시장친화적인 나름의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은행들 역시 다행스럽게도 서민금융 대출을 건전성 저하 우려로 바라보기보다 서민금융 취급을 통해 새로운 고객 영역 확대와 리스크 관리를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접근하면서 발빠른 대응에 나서준 결과, 서민금융 행보가 빨라질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 '희망홀씨 대출' 성과 및 앞으로의 계획

김 조사역은 "지난 4월 중순까지는 대출취급 은행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취급 실적도 최대 2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저신용자를 대한 대출 지원을 공언했는데 사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조사역은 "그러나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서민금융지원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행동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일이었다"며 "개별 은행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서민금융 전용포털인 서민금융 119사이트에 '희망홀씨 코너'를 신설해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서민맞춤대출안내서비스 운영사인 한국이지론에 4개 은행의 희망홀씨 대출 상품을 추가하는 등 안방에서도 대출이 가능한 지 여부를 알 수 있게 하는 등 이용자의 편의를 제고하는 데 금감원은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09년 3월 1일 출시 첫날부터 8월 28일 현재 희망홀씨 대출을 통해 약 10만314명에게 5362억원의 신규 대출에 성공, 서민 맞춤 대출안내 서비스를 활성화시켰다.

특히, '희망홀씨 대출'은 지난 2분기로 접어들면서 월 평균 1000억 원이 넘는 신규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조사역은 "그동안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소외받던 서민들의 금융권 진입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에도 은행권의 보다 적극적인 서민금융 참여와 효율적인 자급 집행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 조사역은 "대출취급 기간이 짧아 은행이 계획하고 있는 대출취급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내 10만여명이 '희망홀씨 대출'로 혜택을 입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어려운 서민들에게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율적인 시장 기능을 통해 효율적으로 금융애로를 해소하고 서민들의 금융 소외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되도록 '희망홀씨 대출' 상품 활성화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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