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스테이블코인, 금산분리 문제와 풀어야 할 숙제들

김남현 부국장 겸 채권금리전문기자

디지털 금융의 진화가 한국 금융제도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 이야기다.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현실화하면서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국회에서는 이미 여러 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금융위원회도 10월을 목표로 정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발행 주체 산업자본일 땐 금산분리 위태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원화나 달러화 등 법정통화와 1대1로 연동돼 그 가치를 유지한다. 결제·송금·예치 등 은행의 전통적 기능을 일부 대체할 만큼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은 공감한다. 하지만 네이버·카카오톡·아래아한글처럼 토종의 매운맛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대항마로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내세우기에는 달러화와 원화간 위상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짚어볼 문제와 풀어야 할 숙제들도 많다. 우선, 발행 주체가 핀테크·거래소·빅테크 등 산업자본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제도의 핵심 원칙인 금산분리를 위태롭게 한다. 실제 현재 국회 발의안 가운데 일부는 금산분리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이나 보험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아 금융자원 집중과 사적 남용을 차단하는 장치다. 1982년 도입된 이후 줄곧 유지해 왔다.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행예금·머니마켓펀드(MMF)·단기 국채 등이 맡아온 현금 대체 기능이 분산되면 은행 자금조달이 흔들리고 단기채 수요가 줄어 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국채를 편입하면 국채 수요가 늘어 금리 안정에 기여할 수도 있다. 결국 영향은 담보 구조에 달렸다 할 수 있겠다.

통화정책 전달력 약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신중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자가 없어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해도 보유자에겐 영향이 없다. 은행예금 금리가 오르면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금리와 무관하게 거래 편의성만으로 선택될 수 있다. 결국 정책금리와 채권 금리간 연동성을 낮춰 통화정책 효과를 줄일 수 있다.

예금자보호제도 등 안전망 갖춰야

규제와 신뢰 리스크도 주요 점검 포인트다. 발행사가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지 못하면 시장 충격이나 대량 환매 요구시 신뢰 위기가 생길 수 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처럼 단기자금시장 경색과 금융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 게다가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보듯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는 세상이다. 또, 은행에 있는 예금자보호제도 같은 안전망도 갖출 필요가 있겠다.

외환시장도 변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되면 역외 결제와 환차익 거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원화 국제화를 촉진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자본유출입 통제를 흔드는 위험이기도 하다. 외환정책과 환율 안정성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국제적 규제 동향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7월에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켰고, 유럽(EU)도 지난해부터 미카(MiCA) 규정을 적용 중이다. 우리도 이와 보조를 맞추되 우리 상황에 맞는 독자적 규제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혁신적 결제 수단이자 자본시장과 디지털 경제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금융 안정성과 혁신 사이의 균형이라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막아온 금산분리 원칙부터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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