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가 만난 사람] 취임 1년 맞은 홍문표 aT 사장 "10월부터 한우 중동수출 첫발"

1년간 기후위기 대응과 유통 디지털 전환, K-푸드 수출 기반 확장 매진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 중동 첫발 딛는 ‘할랄 한우’, K-푸드 영토 확장의 서막

10월부터 한우가 처음으로 중동 시장에 수출된다. 단순한 교역의 하나가 아니라, 오랫동안 막혀 있던 문을 여는 첫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한국 농식품은 이미 전 세계 208개국에 수출되고 있지만, 유독 중동은 ‘할랄 인증 제도’라는 높은 장벽으로 진입이 어려웠다. 이달 12일 aT센터에서 만난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이번에 직접 현지에 가서 협의를 풀었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며 “드디어 한우가 중동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UAE에 이어 내년부터는 인도네시아에도 한우 수출이 기대된다”며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8000만 명 규모의 세계 3위 대국이자 할랄 인증 시장의 핵심 국가다. 이번 중동 진출을 계기로 한우 수출의 교두보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한우의 인기 비결은 사계절 농업에 있다. 한우는 사계절 기후에 적응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맛과 질, 영양에서 미국·호주산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이러한 차별성을 단순 상품이 아닌 스토리와 문화로 개발해야 한다. K-푸드가 세계화된 것도 결국 사계절 농업의 결과다. 대부분 국가는 두 계절만 있는데, 우리는 사계절에서 오는 맛과 당도, 질감의 차이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주요 성과를 되짚으며 “지난 1년은 기후위기 대응과 유통 디지털 전환, K-푸드 수출 기반 확장에 매진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공기관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조직을 신설하고 △친환경·저탄소 전환 △씨종자·신품종 개량 △저온비축기지 확충 △온라인 도매시장·직거래장터 △5곡 체계 전환 △통계농업·스마트팜 △수출을 통한 식품 영토 확장 등 7대 혁신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겼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혁신자문위원회를 발족해 정부·학계·현장 전문가 28명의 자문을 받으며 조직개편과 디지털 경영체계도 병행했다.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대규모 공청회도 세 차례 열렸다. 기후변화 대응 수급 안정 방안,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한민국 식품산업 발전방안 등을 주제로 다뤘으며 국회·정부·생산자단체·학계 등 700여 명이 참석해 정책 실행력과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했다.

또한, 신품종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여름배추 신품종 ‘하라듀’ 시범재배, 정부수매 및 김치제조 실증을 추진했고 포도와 파프리카 등 기후대응 신품종 수출이 각각 177%, 114% 성장했다. 국산 콩 자급률도 사상 처음으로 35.7%에 도달했다.

유통구조 개선도 두드러진 성과다. 전국 단위 온라인 도매시장은 첫해 6737억 원의 거래실적을 올렸고, 올해 1조 원, 2027년 5조 원까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자송품장을 32개 공영도매시장에 전면 도입했고 공공급식 실적도 3조8649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우 중동 첫 수출 등 수출 영토 확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수출국이 208개국으로 늘었고 1억 불 이상 수출국도 21개국으로 확대됐다. 독일 지사를 신설하고 미국·UAE·태국·인도네시아·일본 등 현장을 직접 찾아 세일즈를 벌였다. 이외에도 전국 지역본부 현장 점검, 농어민·축산단체 간담회 34회 개최, 취약계층 지원·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ESG 경영도 강화했다.

홍 사장은 인터뷰 내내 씨종자ㆍ신품종 개량, 저온비축기지, 유통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농산물 저온창고 하나를 짓는 데 2300억 원이 든다. 충남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전국 17개 시·도를 두 곳씩 묶어 약 7개 권역 거점 창고가 필요하다. 매년 5000억 원씩 투입해 2~3개씩 건립하면 2~3년 안에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사례를 들어 비교했다. “일본은 정부가 저온창고를 만들어 농산물을 보관하다가 가격이 좋을 때 내놓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덕분에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 물가도 안정된다. 우리도 이런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사장은 “기후변화는 이미 4~5년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지적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외국에서 요구하는 농산물을 다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김이 대표적이다. 남해에서 김 원초를 생산하는데 날씨가 더우면 해수면 온도도 올라 원초가 자라지 못한다. 결국, 수출량이 줄어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에서 원하는 품목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맞춰줄 것이냐가 앞으로 수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이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한 홍 사장은 이날 농업에 대한 작심 발언도 했다. 그는 "농식품 분야 예산은 과거에는 국가 전체에서 6~7위였지만 지금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며 "관련 시설은 상당히 열악하고 낙후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수출도 어렵고, 국민 먹거리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 국가적 정책 아젠다로 놓고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데, 큰 테마만 있을 뿐 각론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농산물 물가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홍 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민심을 잃은 건 물가를 못 잡았기 때문이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4800원에서 8000원까지 치솟았는데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도 농식품 물가 안정을 소홀히 한다면 같은 길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수출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전체로 보면 지금은 반도체로 먹고 살지만 이제 한계가 왔다. K-푸드를 다음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이 130억 달러였다. 이건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K-푸드 선풍이 일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어 “의원 시절 국정감사로 해외를 나가면 한국 식품 전시관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aT 사장으로 취임한 뒤 7개국을 돌아다녀 보니 어느 도시든 10미터 안에 한국 상품 전시관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만큼 K-푸드가 세계인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고 덧붙였다.

홍 사장은 “기후위기와 글로벌 식량 전쟁 시대에 농업은 단순한 생계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으로 격상돼야 한다”며 “씨종자 개량, 신품종 개발, 저온 비축기지 건립, 온라인 도매시장 등 유통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농업을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국 농업과 K-푸드의 미래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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