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부·크라이베이비 소속사 ‘팝마트’, 언제부터 떴을까? [해시태그]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짝퉁의 나라’에서 대박난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 전 세계 피규어 시장의 룰을 다시 쓰고 있는데요. 귀엽고도 묘하게 기괴한 표정의 숲속 요정 ‘라부부(Labubu)’와 눈망울에 눈물을 머금은 ‘크라이베이비(Crybaby)’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 모두 한 회사, 팝마트(POP MART) 소속이죠.

라부부 열풍은 한동안 장난감 코너에 머물렀던 ‘귀여움’을 본격적인 투자·유통·IP 비즈니스의 언어로 끌어올렸는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피드의 인증샷과 오픈런, 리셀가의 급등, 그리고 주가의 급등까지… 모두 라부부의 수식어가 됐죠. 그렇다면 팝마트는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대박’이 터진 걸까요?


(AP/연합뉴스)


2010년 베이징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한 팝마트는 초기에는 잡화·문구·완구를 두루 판매하는 매장이었습니다. 전환점은 2016년이었는데요. 홍콩 아티스트 케니 웡(Kenny Wong)이 만든 캐릭터 ‘몰리(Molly)’와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가샤폰 문화에서 착안한 블라인드 박스 판매 방식을 전면 도입한 거죠. 박스를 열기 전까지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구조는 중국 젊은 세대의 ‘소확행’ 소비와 맞아떨어졌습니다. 이후 디무(Dimoo) 등 신규 IP를 잇달아 투입하며 라인업을 확장했고 2019년 회원 수는 약 460만 명에 달했죠. 아직 세계적인 주목은 아니었지만 ‘팝마트 마니아’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국내 기반은 단단해졌습니다.

마침내 팝마트는 2020년 12월 11일 홍콩 증권거래소(9992.HK)에 상장하기에 이르렀죠. 공모가는 38.5홍콩달러, 첫날 종가는 69홍콩달러로 공모가 대비 79% 상승(Reuters)해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약 140억 달러(약 2조4600억 원)에 달했는데요.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본은 곧바로 해외 매장 개설과 자체 IP 강화로 이어졌죠. 일본·한국·싱가포르·유럽 일부 도시에서 매장을 열고 한정판과 현지 아티스트 협업으로 해외 소비자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2021년에는 회원 수가 1800만 명을 돌파하며 팬덤 규모가 급격히 늘었는데요. 하지만 이 또한 ‘폭발’은 아니었죠.


(AP/연합뉴스)


2022년 대효자가 등장한건데요. ‘THE MONSTERS(더 몬스터즈)’ 시리즈에 등장한 라부부는 팝마트 역사상 가장 큰 반향을 불러왔죠. 괴이함과 귀여움의 절묘한 조합, 그리고 전혀 ‘중국스럽지 않은’ 독창적 디자인이 전 세계 소비자를 매혹했는데요. 블랙핑크 리사, 리아나, 두아 리파 등 유명 연예인들도 정품 라부부를 들고 인증샷을 게재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그 인기는 숫자로 증명이 됐는데요. 라부부를 포함한 더 몬스터즈 라인은 2024년 매출 30.4억 위안(약 6130억 원), 전체의 23%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726.6% 성장했죠. 결국 라부부는 팝마트를 글로벌 뉴스의 경제면에 올려놓았습니다.


(출처=팝마트 홈페이지 캡처)


라부부 열풍의 뒤에는 구조적인 힘도 한몫을 했죠. 팝마트는 멤버십 제도로 팬덤을 관리 중인데요. 2024년 팝마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본토 등록 회원 수는 4608만 명으로 단 11년 만에 1173만 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이 회원들이 구매한 팝마트의 매출이 무려 92.7%를 차지했죠. 재구매율은 49.4%에 달했는데요. 한 번 팬이 되면 절반은 다시 구매한다는 뜻이죠.

이미 후속 주자도 출발했습니다. 팝마트는 소속사의 신입 발굴에도 힘썼는데요. 팝마트는 다음 주자 ‘크라이베이비’를 내놨죠. 큰 눈망울과 눈물이 포인트인 이 캐릭터는 감성과 귀여움을 결합해 라부부와 차별화했는데요.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크라이베이비 라인이 전년 대비 16배 이상 성장,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였죠. 팝마트 IR 자료에서도 크라이베이비의 상승 곡선이 뚜렷한데요. 파워퍼프걸과의 콜라보 상품은 발매 직후 품절됐습니다.

유통망도 점점 커졌죠.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본토에는 401개 매장과 2300대의 ‘로보샾(무인 자판기)’이 있는데요. 홍콩·마카오·대만·해외에는 130개 매장과 192대 로보숍이 운영 중이죠.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시·굿즈 복합 공간으로 설계됐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틱톡샵(TikTok Shop)이 핵심 채널로 떠올랐는데요. 틱톡에서 라부부는 관련 조회수는 올해 7월 말 기준 11억 회를 기록할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미국 유통매체 모던 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 틱톡샵 매출은 480만 달러(약 66억2400달러)로 전월 대비 89%, 전년 대비 1000% 증가했죠.

팝마트는 ‘장난감’을 넘어선 IP 기업이 됐는데요. 블룸버그와 바론즈에 따르면 지난해 주가는 354%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1년 누적 상승률은 570%, 올해 8월 시가총액은 약 430억 달러(약 59조2840억 원)에 달합니다. 마텔·하스브로 등 서구 장난감 공룡기업을 넘어선 수치죠. 거기다 ‘짝퉁천국’ 이미지를 벗어던진 중국 기업으로 손꼽힙니다. 중국과 오리지널 IP 수출 강국이라는 어색한 수식어가 붙게 한 장본인인데요. 초고속 제조·유통망, 글로벌 마케팅, 국가의 IP 보호 강화 정책이 맞물려 ‘사고 싶은 중국산’으로 만들었습니다.


(출처=팝마트 홈페이지 캡처)


이 광풍은 언제까지 갈까요? 수집 열풍은 유행 주기가 짧습니다. 리셀가 하락, 짝퉁 확산, 플랫폼 규제 같은 변수도 있죠. 미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스탁엑스(StockX) 내 거래 급증은 ‘광풍’의 강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거래 피로의 선행신호가 될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팝마트는 이미 몰리, 디무, 라부부, 크라이베이비로 이어지는 IP 릴레이를 실현했죠. 한번 터진 대박을 ‘끝’을 내지 않고 이어가는 능력을 발휘 중입니다. 팝마트의 대박 역사는 ‘상자’를 여는 순간으로 기록되는데요. 다음 상자에는 또 어떤 ‘괴물’이 숨어 있을까요? 또 증명될 대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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