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이투데이 자문위원)

한국 화장품 산업은 세계적인 K뷰티 열풍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뤄왔고, 현재도 그 성장이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K드라마나 K팝 등 한류 문화와 함께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안전성 평가’의 미흡함이 존재한다. 국제적으로 화장품에 대한 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한국 화장품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파악과 개선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화장품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요 수출국들이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를 의무화하는 반면 국내 현실은 이와는 격차가 커, 주요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급격히 성장하는 화장품 산업과 함께 화장품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소비자들의 안전성에 관한 관심과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의 안전성은 소비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국의 관련 법규와 등 제도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EU의 화장품 규정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업체는 제품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관련 문서를 보관해야 하고,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에 시행된 현대 화장품 규제법(MoCRA)을 통해 안전성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MoCRA는 화장품 제조업체의 등록 의무화, 제품 안전성 평가의 의무화, FDA의 규제 권한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FDA는 제품 리콜 및 시정 명령에 대해 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중국의 경우,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2021년 5월 1일부터 「화장품감독관리조례」를 시행함과 동시에 「화장품안전성평가기술지침」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2022년 1월 1일부터는 화장품 허가·등록인이 특수 화장품의 허가 또는 일반 화장품의 등록을 신청할 때, 반드시 해당 기술지침에 따라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포함한 평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한국 화장품 산업의 안전성 평가 체계는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화장품법에 따른 안전성 평가가 있지만, 그 기준과 절차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한국은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를 2028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보다는 상당히 늦은 시점이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화장품 산업의 특성상 수출 규제 장벽에 자체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국내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는 안전성 정보, 안전성 평가 결과, 안전성 평가자 서명 및 자격 증명 등을 최소 요건으로 구성되며, 책임 주체는 현행 화장품법상 책임판매업자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는 2025년 화장품법 개정을 거쳐 2028년 생산실적 10억 원 이상 업체부터 시행을 시작하고, 이후 2031년부터 전체 업체와 품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전문인력 양성 교육 지원, 원료 안전성 DB 통합 및 제공 인프라 구축, 지침 및 시험법 개발 등의 기술 지원, 안전성 평가 전문기관 설립 등의 지원 방안을 제시하였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화장품 안전관리 지원체계 구축 사업을 통해 국가별 규제 정보, 원료 안전성 평가 자료 정보, 차세대 동물대체시험 툴 등의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이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의 도입은 소비자들의 화장품을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고,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성 평가 프로토콜을 도입하면 안전성 평가 체계의 개선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도 안전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업계의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에 대한 인식 및 준비 현황을 파악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 도입과 관련된 어려움 및 지원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 이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 도입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EU의 SCCS(scientific committee on consumer safety)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국내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화장품 안전 관리가 판매 후 관리 위주로 한정되어 있어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사전 안전 관리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안전성 평가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전 화장품 안전성 평가 자료를 작성하고 보관하며, 자격과 전문성을 갖춘 안전성 평가자의 검토와 승인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사전 안전 관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 부작용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여 빅데이터를 활용한 부작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시장 출시 후에도 지속적인 안정성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안전성 평가 체계를 우선으로 구축하고, 마케팅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전환, 본질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2028년대부터 시행될 화장품 안정성 평가제도에 대비하여 업계의 전반적인 준비가 시행되어야 하며, 중소기업의 제품 개발 비용 등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화장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이로 인해 높아진 소비자의 신뢰도는 장기적으로 K-뷰티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다. 과도한 마케팅 의존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의 개선은 원자재 공급업체, 제조사 등 다양한 협력사와의 파트너쉽 강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품질 향상을 위한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협력사와의 기술 교류 및 공동 연구 개발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K뷰티가 세계적인 시장에서 지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외형적 성장을 넘어서서 내부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규제와의 조화를 통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수출 규제 장벽에 대응할 수 있는 화장품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정부, 업계, 학계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간다면 더욱 발전된 화장품 산업과 제품사용이 실현화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