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훈의 사회읽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국가 재설계 구상이다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산업 연계한 일자리 없으면 공염불
외국 인재 국내 유치·정착 촉진하고
이민청 설립해 통합 정책 추진해야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순한 대학 개혁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역소멸과 인구절벽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가 재설계 구상이다. 이 담대한 기획이 성공하려면 그것과 관련된 구조적 요인들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

국가거점국립대 9개교를 서울대급으로 육성하는 정책은 해당 대학이 위치한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과 기업을 우선 배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가는 지역별 산업 특화 계획을 점검하고, 이에 적합한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연구 플랫폼으로 국가거점국립대를 육성해야 한다.

단지 간판만 바꾼 서울대급 대학을 만든다고 해도, 산업 기반과 고용 네트워크,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여전히 수도권으로 이탈할 것이다.

따라서 지역별 노동시장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인력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화 산업과 연계된 일자리 구조와 인재 수요 전망이 선행되지 않는 한, 대학에 대한 투자는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지역별 산업 전략과 해당 지역 국가거점국립대의 특성화 방향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합성을 가져야 한다. 각 대학은 단순한 서울대의 복제판이 아니라, 지역 산업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교육·연구·산학협력의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

지역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체계 구축과 함께,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이중 전략 또한 필수다. ‘10개 서울대’가 배출할 전문기술인재뿐 아니라, 사무직·기능직·서비스직·생산직 등 다양한 수준의 인재를 체계적으로 충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숙련 수준에 따라 국가거점국립대, 4년제 사립대, 전문대, 특성화고, 직업훈련기관 등이 역할을 분담하되, 기능적 중복은 최소화하고 특성화를 강화해야 한다. 핵심은 교육기관 간 기능 분화와 체계적인 역할 분담이다.

한편, 내국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인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인재의 유치와 정착이 불가피하다. 외국인 유학생을 우수 인재로 육성하고, 결혼이민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강화하며, 해당 직무에 적합한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기여 잠재력이 높은 외국인 인재는 적극적으로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국방·우주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고급 외국인 인재가 핵심 인력으로서 활약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체류 자격 개선, 정착 지원, 가족 동반 허용 등 이주 제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지역 산업의 미래 인재 풀이 될 것이므로, 교육과 생활 및 취업 등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외국인 기능 인력 역시 조선업, 뿌리산업, 건설업 등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의 숙련도 향상과 체류자격 변경을 통한 정주 유도 정책을 병행하여야 한다. 현재 외국인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직업훈련을 통해 기능 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행정적 절차는 까다롭고 접근성은 낮다. 직업훈련 인프라 확충과 제도 간소화가 시급하다.

다만, 내국인과의 일자리 충돌, 사회보장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교체 순환 원칙’을 철저히 견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일자리 갈등의 싹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잘라야 하며, 그것은 지역 주민의 수용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요건이기도 하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인간’으로 존중하는 사회적 태도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외국인 인권 친화성’뿐 아니라, ‘내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 개선’도 이민 정책의 주요 요소다. 규제 위주 이민정책에서 탈피한 전략적 이민행정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이민청’ 설립이 긴요하다. 이민청은 단순한 행정조직에서 탈피하여, 지역 대학·기업·지자체가 추진하는 교육·산업·일자리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요컨대, 지금은 고등교육혁신, 지역산업정책, 지역일자리정책, 국가이민정책을 하나의 국가 전략 틀 안에서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10개 서울대’와 ‘이민청’은 이 네 축이 만나는 정책의 교차점이자, 지역 산업의 심장, 청년 진로의 허브, 지역사회 혁신의 구심점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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