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을 좀 바꿔보자. 고위 관료 중에 일을 잘해서 기억에 남은 사람이 있으신가. 예를 들어 조직 폭력배를 소탕한 법무부 장관이나 사교육 문제를 해결한 교육부 장관은? 국회와 정부 들여다보는 일이 직업인 사람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장관 이름을 모르는 건 치세(治世)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장관이 누구며 뭔 짓을 하는지 따위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관 이름이 또렷이 기억날수록 그 분야는 많은 사람들의 발암물질이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이라도 세워 만들겠다”던 국토부 장관이 왜 뇌리에 새겨졌는지, “계엄은 시대적으로 안 맞다”던 국방부 장관을 왜 구치소에 가뒀는지 되새겨보면 이해가 쉽다.
주무부처 장관 한 사람 이름도 스트레스인데 이 부처 저 부처 여럿 떠오르는 정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토부, 법무부 장관에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 하다못해 검찰총장 이름까지 줄줄이 꿰던 시절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 술 더 떴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국토부, 고용노동부, 비상계엄 후에는 총리, 경제부총리에 국방부까지 뉴스만 켜면 장관 이름이 도배되다 시피했다. 장관 말고 해병대나 방첩 사령관 이름 정도는 댈 수 있어야 어디 가서 시사상식 좀 있다고 틸틸이 방귀를 뀔수 있었다. 난세(亂世), 난리(亂離), 난장(亂場)판처럼 난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아무거나 갖다 붙여도 어울리는 시기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가. 아직 인사 청문회 막바지인 시점이라 평가를 내리긴 이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장관 후보자들이 나타났다. 일을 못해서 스트레스를 부른 건 아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과 곱지 못한 여론은 부처 장악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해당 부처의 정책 신뢰도가 낮아지는 부작용도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여론이 반기지 않는 장관들까지 모두 안고 갈 힘을 가졌다.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재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대통령과 거대 여당이 가진 권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줘야하는 시점인지, 꼭 그래야 하는 인물인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80%가 넘는 국정지지율을 업고 출발했다. 하지만 조국 민정수석(법무부 장관),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등 아이돌급 인지도를 얻은 국무위원들을 거치며 지지율이 반토막 났고 결국 정권을 내줬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함께 시작한 윤석열 정부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여전히 6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상승 그래프가 출발한지 한달 남짓만에 첫 변곡점을 맞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다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를 보자. 공교롭게도 똑같이 출범 한달 만에 지지율 그래프가 꺾이며 70%대로 내려왔다. 원인도 인사청문회였다.
짐작건대 ‘이진숙 장관’과 ‘표절 논란’은 오래잖아 잊히지 싶다. 하지만 ‘강선우 장관’과 ‘갑질’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이제 남은 돌파구는 존재 이유까지 의심받는 여성가족부가 존재감을 뽐내는 길 뿐이다. 여성이든 아동이든 혹은 그 누구든, ‘갑질’과 가족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