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하회·상장폐지 우려에 투자심리 뚝'
공모주 시장·증시 호황에 스펙보다 종목 직접투자

올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신규 상장이 극도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스팩의 상대적 매력이 감소한 데다, 상장 이후 공모가를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 스팩을 통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KB제32호스팩 △신한제16호스팩 △한화플러스제5호스팩 △유안타제17호스팩 등 총 4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4개 스팩이 상장한 것과 비교해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2023년에도 7월까지 19개 스팩 상장이 신규로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올해 성적표가 크게 부진해진 셈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를 의미한다. 상장 후 3년 이내에 비상장 우량 기업과 합병해야 하며, 만약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기업으로서는 복잡한 기업공개(IPO)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편리하게 상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도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겼다. 스팩 상장 첫날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일 뿐만 아니라, 상장 후 합병이 되지 않더라도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까지 합쳐 주주에게 반환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스팩의 강점이 희미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달 4일 코스닥에 상장한 KB제32호스팩은 상장 이후 줄곧 공모가(2000원)를 밑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유안타제17호스팩도 가까스로 공모가(2000원)를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스팩 공모주에 대한 기대가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팩들의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꺾고 있다. 우량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 가능성조차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다. 이달 들어 교보13호스팩, 대신밸런스제14호스팩, 유진스팩9호, NH스팩26호 등 4개가 연달아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내지 못해 상장폐지했다. 스팩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내 적정한 기업을 찾지 못하면 자동청산 규정에 따라 상장폐지될 수 있다.
국내 증시가 강세장을 보인 것도 스팩의 인기를 시들게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승 랠리를 보이며 투자자들은 스팩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개별종목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특히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새로 입성한 7개 기업이 상장한 첫 날 종가가 모두 공모가보다 높았다. 키스트론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8.33% 급등했다. 지에프씨생명과학과 뉴엔AI도 공모가 대비 2배 상승하는 '따블'에 성공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팩은 제도 변화와 안정적 투자처 선호 등의 영향으로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많은 종목이 상장했다"면서도 "2022년 전후로 상장된 스팩 중 일부가 합병하지 못하고 결국 청산되는 경우가 증가하는 등 상장 방법의 하나로서 스팩의 인기가 다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