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근 한국국가전략硏 미사일센터장/前 한국항공대 교수
기술·인재 등 인프라 총체적 난국
우주산업 육성전략 전면 개편해야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는 세계 7대 또는 5대 우주강국 목표를 제시하며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경제 달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장담해왔다. 물론 세계 5대 우주강국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국내 개발을 추진한 한국형발사체를 처음 발사하면서 저궤도에 1t(톤) 이상의 위성을 세계에서 7번째로 발사 성공했다는 것이 기준선일까? 아니면 정부에서 투자하는 우주예산의 순위가 기준선인가? 참고로 유럽을 하나의 나라로 가정 시에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우주예산 투자를 해왔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여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고비용의 정부 위성을 개발했다고 해서 우주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은 상업 우주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달려 있다. 상업 우주산업 기반하에 안보, 국방, 외교도 강화된다. 이제는 더 이상 우주개발과 우주탐사가 정치적 홍보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재사용발사체에 의한 발사비용의 감소로 저비용의 혁신기술을 통해 수많은 위성활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여 상업화를 통해 우주경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상업 우주산업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상업 우주산업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의 우주스타트업은 민간투자 유치를 통해 새로운 우주활동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형 재사용발사체, 우주관광, 궤도 내 서비스 및 제작산업, 상업 우주정거장,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탐사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기업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국내 상업 우주산업 및 우주경제 성장은 가능성 및 기회 창출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왜 그럴까? 국내 우주산업의 실체적 진실을 살펴보자.
올해 우리나라 우주항공청의 우주개발 예산은 거의 1조 원에 육박한다. 이 비용의 80% 이상은 올드 스페이스 개념의 고비용, 고신뢰성 위성 및 발사체 개발(정지궤도위성, 한국형항법위성, 다목적실용위성, 달 탐사선, 차세대발사체 등)에 사용된다. 국내 우주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이 위성체계 설계 및 통합을 하지만 대부분의 구성품 및 부체계는 해외에서 도입한다. 국내기업이 이런 구성품이나 부체계를 국산화 개발한다고 해도 고비용, 고품질, 고신뢰성의 올드 패러다임 위성에 적용하기 어렵다. 우주사업이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 상업 우주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이다.
세계적으로 뉴스페이스 상업 우주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대부분의 전통적 우주기업은 아직도 상업성이 결여된 국가우주개발사업의 극히 제한적인 용역이나 구성품 개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할 수도 없다. 더욱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여 글로벌 우주시장에 진출해 수출을 통한 매출을 올릴 수도 없다.
뉴스페이스 상업 우주산업을 목표로 한 국내 우주스타트업은 우주산업 생태계 부재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며 상당한 부침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우주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저비용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 및 혁신기술의 보유가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의 확보도 요구된다. 이러한 인재 확보 및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자금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뉴스페이스 산업 생태계는 이러한 기반을 제공하지 못해 상업 우주산업에 접근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취업이나 직장에 대한 편견도 극심하다. 우수 인력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하는 의지도 부족하다. 대부분 국책연구소나 대기업의 안정된 시스템에서 안주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국내에는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같이 국가우주개발사업 참여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주도 및 민간투자 유치를 통한 뉴스페이스 상업 우주산업 발전을 위한 스타트업도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기술, 인력 및 투자 유치 등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상황의 국내 우주산업 인프라 수준이라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위성 및 발사체산업 클러스터 구축은 아예 시작도 못해 보고 좌초될 것이다. 상업 우주산업 육성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뉴스페이스 산업 추진전략에 대한 전면적 재편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