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119 부르고 서늘한 곳에서 열 식혀야…12시~17시 야외 활동 자제

이른 불볕더위가 찾아와 온열 질환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더위로 인한 증상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악화하기 쉬워, 예방 수칙을 숙지하고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11일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7월 1일까지 총 524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해 전년 동기간 390명 대비 약 1.3배 증가했다. 특히 사망자도 3명 파악돼 건강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온열 질환자는 실외 발생이 84.9%로 가장 많았고, 작업장(26%), 논밭(17%), 길가(17.2%)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65세 이상이 30.5%를 차지했다.
온열 질환은 과도한 열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질환군이다. 대표적으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이 포함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온열 질환(질병코드 T67)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만7248명으로 집계됐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의 기능이 붕괴하면서 발생한다. 우리 몸은 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체온을 조절하는 체온조절중추가 있어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체온조절중추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장시간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거나, 지나치게 더운 장소에 오랫동안 머무르면 체온조절중추가 능력을 상실하고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열사병이 발생한다.
열사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으로 40도 이상의 고체온과 의식 저하를 특징으로 한다. 또한 빈맥, 저혈압, 심한 두통, 오한,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심한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 및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온열 질환 중 가장 치명적인 형태로 간주한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즉시 응급처치를 취했는지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우선 119에 연락해 환자를 신속히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송 전까지는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옷을 느슨하게 하여 체열이 잘 발산되도록 한다.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환자의 전신을 닦아 체온을 낮추고, 분무기로 피부에 물을 뿌려주는 것도 좋다. 부채나 선풍기를 이용해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이 식도록 도와준다.
환자의 목, 겨드랑이, 서혜부와 같이 주요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얼음을 대면 중심체온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어 도움이 된다. 환자가 의식이 명확하고 협조할 수 있다면 수분 보충을 위해 물이나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의식이 불분명하거나 구토를 하는 환자에게는 구강 수분 섭취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열탈진과 열경련은 비교적 경증의 온열 질환이다. 열탈진은 심한 땀 분비로 인한 탈수 및 전해질 소실로 인해 발생한다. 피로감, 현기증, 오심, 저혈압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열경련은 체내 염분 손실에 따른 근육 수축 이상으로 발생하며, 주로 팔, 다리 또는 복부 근육에 경련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서늘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전해질이 포함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열경련이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부위의 근육을 부드럽게 마사지하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경증 온열 질환도 방치하면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호전되지 않을 때에는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노인, 만성질환자, 영유아 등 고위험군은 가벼운 증상도 심각한 상태로 악화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임지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이 더 진행될 경우 우리 몸의 혈액 응고 시스템의 이상이 생겨 다양한 부위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환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환자가 쓰러지는 경우, 바닥이나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뇌나 목 부위를 다치는 2차 사고가 생길 수 있다”라며 “환자를 무리해서 옮기기보다는,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의 도움을 통해 보호대 착용과 함께 조심스럽게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폭염 기간 동안 건설현장, 농작업, 택배배달 등의 실외 근무자는 온열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햇볕이 가장 강한 시간대인 12시부터 17시까지는 야외 작업을 피하고, 부득이하게 작업할 경우 20~30분 간격으로 규칙적인 휴식과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
이유정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야외활동 전에는 반드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폭염특보가 발효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라며 “작업 전후 체온과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중증 온열 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며, 직장에서의 예방 교육과 냉방, 휴게 공간 마련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