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채 1% 늘면 물가 0.15%↑"...정부, 물가 안정 고민 깊어지나

한국재정학회 '재정 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논문
정부 부채 확대→기대 인플레이션 자극→물가 상승
추경으로 올해 나랏빚 1300조 돌파...물가 안정 고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자체 브랜드 제품(PB)과자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 정부 부채가 1% 늘어나면 소비자물가는 최대 0.15%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재정 적자 상태에서 확장적 정책을 쓰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성균관대 경제학과 이준상 교수·장성우 연구원, 한국은행 이형석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학연구 5월'에 이런 내용을 담은 '재정 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게재했다.

연구 결과, 정부부채가 1.0% 늘어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정적자 때 이 효과는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재정 흑자 때 부채 확대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그쳤지만, 재정적자 상황에서는 더 크고 장기적인 물가 상승이 유발됐다.

재정이 물가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었다. 정부가 과도한 지출을 하거나 부채를 늘리면 소비자들은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게 돼 실제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연구에선 정부가 빚을 얼마나 지는지에 따라 물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했다. 재정정책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존 연구와 다른 접근이다. 분석 대상은 2000년 10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정부부채(국고채+양곡채+국민주택+외평채), 정부지출, 기초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이자비용지출) 등 월간 지표다.

연구진들은 정책당국이 재정 운용 과정에서 경제주체의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연구진들은 "재정 당국은 재정정책과 재정 건전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음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 개선이 물가 안정에서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재정 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에는 변수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인 '베이지안 VAR' 모형이 적용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경기 부진에 따른 위기감에 과감한 재정 투입을 결정한 이재명 정부가 물가 상승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경안'에 따르면 올해 정부 지출은 673조3000억 원에서 702조 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59조6000억 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이번 추경으로 국채를 19조8000억 원 추가로 발행해야 해 국가채무는 1273조3000억 원에서 1300조6000억 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나랏빚이 1300조 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0%로 상승한다.

정부 역시 물가를 민생 안정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달 9일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준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달걀값 담합 조사에 나서고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는 등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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