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험가중치, 주담대 높이고 중기대출 낮춰야”⋯새정부 3대 금융과제 논의

'대한민국 금융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금융개혁 과제 대토론회'
부동산 신용집중 해소ㆍ지역금융 상생ㆍ감독체계 개편 논의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대한민국 금융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금융개혁 과제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회는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하고 박홍배 더불어민주당의원실과 금융경제연구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최했다. (유하영 기자 haha@)

은행의 위험가중치 조정을 통해 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성이 높은 중소기업 등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과도한 부동산 금융 집중이 우리나라 경제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금융감독체계에 대해서는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12일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금융개혁 과제 대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토론회는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하고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금융경제연구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부동산 신용집중 해소 △지역산업·지역금융 상생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새 정부가 다뤄야 할 3대 금융 과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집중 문제와 중소기업 금융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국내 부동산금융 집중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은행이 부동산 대출에 의존하지 않게 하려면 위험가중치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재 국내 민간 신용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부문에 집중돼 있는데, 이는 자원 배분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생산성이 낮을뿐더러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과도하게 받으면 소비도 위축돼 결과적으로 중장기 성장동력 확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은행자본의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면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인 주택담보대출의 규제비용이 높아져 은행이 기업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의 공급을 선호하는 유인을 축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내부모형을 이용해 주담대의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할 때 위험가중치 하한을 예컨대 현행 15%에서 30% 수준으로 높여 주담대 집중도를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반대로 생산적인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하향 조정해 금융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업대출에 페널티를, 주담대에 보너스를 주는 현재 구조를 고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자동할인 계수를 적용하는 등 부동산 억제 정책이 기업대출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균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금융기관의 현실과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와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지역경제의 뿌리이자 성장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짚었다.

여 교수는 “아무런 제약 없이 효율성만 놓고 지방은행-시중은행이 경쟁하면 지방은행은 소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지방은행의 영업권 보장을 위해 수도권에 있는 메가뱅크들의 지방 점포 신설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한재준 교수는 지방은행이 소재 지역 영업을 확대했을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의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진출 규제 완화보다는 지방기업, 지방소재 가계대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지역 중소기업대출에 대해 금융감독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기관·대학 주거래 은행 선정 시 지방은행 우대 방안, 지역활성화 펀드와의 연계 확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저축은행 간 자율적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상호금융권 역시 동일 상호금융기관 내 여러 조합 간의 과잉 경쟁을 축소하고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제공)

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정책-감독 담당기관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 육성(엑셀)과 금융감독(브레이크)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두 가지 정책목표 모두 성과가 부실했다”며 “금융산업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을 분리하고,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불공정거래, 공시, 회계, 금융투자업자 감독·검사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편방안으로는 △정부조직으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자본시장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 조직으로 금융소비자보호원, 자본시장감독원을 신설하는 방안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도 함께 수행하는 광의의 자본시장감독원 신설안 등 크게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외에 금융안정협의회 법제화(신설), 금감원 통제방안 등도 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앞선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자본시장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통합한 2안이 적절하다면서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고 교수는 “금융감독 기능은 정부가 아닌 공적 민간감독기구가 수행해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금융감독기관은 건전성 감독기관과 영업행위 감독기관으로 나눠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고 금융감독기관을 평가할 금융감독평가기구를 신설해 금융감독기관을 견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원회 폐지’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금융위원회는 폐지하고 산업정책 기능은 기재부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은 전적으로 금융감독기관에 귀속시켜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는 대세이기 때문에 검사권이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권이 동일한 포트폴리오로 사업을 하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규제 강화에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 교수는 “성장동력이 떨어져서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금융에 집중되는 현상이 최근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지주의 투자처로서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완충자본 규제보다는 위험가중치를 활용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금융기관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지역의 금융소비자를 위한 방안이 고민돼야 하고, 여기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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