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권 대통령실 이관설도…국힘·기재부 '회의적'

6·3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개편론도 부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 핵심 권한인 예산편성권 분리를 골자로 한 대수술을 예고한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대선 결과에 따라 개편 방향도 결정될 전망이다.
4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의 최우선 정부조직개편 대상으로 기재부가 꼽힌다. 기재부를 참여정부 시절인 '재정경제부'와 예산편성권을 가진 '기획예산처'로 나누고, 예산처를 대통령실 또는 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식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 개편 관련 당내 공감대는 짙게 형성된 모습이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권한이 집중돼 남용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에서 "기획, 예산, 세제 등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한 개 부처에 집중돼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며 "당면 현안 관리에 치우친 나머지 본질인 기획·전략 기능이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도 의미 발의된 상태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엔 참여정부 때처럼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총리실 산하 예산처로 이관하고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명칭을 바꿔 나머지 업무를 맡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러한 기재부 개편 구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예산권 대통령실 이관설은 국민의힘과 기재부 모두 회의적이다. 예산, 세제, 경제정책 간 업무 연계 비효율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고 5년 임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2차관 출신이자 국회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600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권이 대통령실로 이관되면 국가 재정이 단기적 정치 목적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크다"며 "대통령에게 곳간 열쇠를 쥐여주고 정부, 국회, 국민 그 누구도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재부 한 과장은 "대통령이 예산권을 쥐면 나중에 예산과 관련한 문제가 생겼을 때 면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상대 정부의 부처라 고깝게 보는 심리도 있을 텐데 기재부가 '내 칼'이 된다고 보면 잘게 쪼개는 게 새정부 입장에서 득일까"라고 전했다.
한편 기재부 내에는 고질적인 인사 적체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감에 내심 개편을 바라는 직원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사무관(5급)에서 서기관(4급) 승진까지 통상 13~15년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승진이 빠른 타 중앙부처가 같은 직급 승진까지 7~9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 그래도 승진이 어려운데 요즘은 3~4년에 1년씩 승진 주기가 더 늦춰지는 분위기"며 "부처는 하나지만 주요 부서 간 칸막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어서 국장 승진까지 몇 년 앞둔 직원 정도가 아니라면 분리되는 걸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