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탄핵정국서 외교라인 가동도 못해
국익 외면 줄탄핵에 골든타임 놓쳐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에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이 지난 2일 25%로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을 가차 없이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일본(24%), 유럽연합(EU·20%) 등 다른 대미 수출경쟁국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같이 높은 상호 관세율이 적용된 근거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한미혈맹’은 구두선이 되고 말았다. ‘관세 참사(慘事)’가 빚어진 이유는 자명하다. 줄탄핵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통상 외교에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상호관세율’은 일반적으로 국제 무역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두 나라 사이의 상호적인 관세 부과 수준을 의미하는 정치용어이다. 따라서 ‘이현령 비현령’일 수 있다. 2024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약 557억 달러이며, 같은 해 달러표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9000억 달러이다. 대미 무역흑자가 한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9%로 적지 않은 비중이다. 2024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로, 대미흑자가 상당부분 성장률을 견인했다. 따라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무역수지 균형을 강조하며 보편관세 부과 등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역대급’ 무역흑자는 미국의 통상 압력을 유발할 수 있는 뇌관이 되기에 충분했지만 탄핵정국에 함몰된 나머지 그 파괴력을 예의 주시하지 못했다. 상호관세율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상호관세율 25%를 산출한 근거로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50%의 관세율을 부과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50%의 대미 관세율이 한국을 상대로 책정한 25%라는 ‘할인된 관세율’ 산출의 직접적인 근거가 됐다. 한국이 매긴 관세율의 절반을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이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을 기반으로 한 자체 계산방식을 제시했다. 한국과의 무역 적자를 미국의 대(對)한국 수입액으로 나누어 수치를 도출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지난해 한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660억 달러, 미국의 한국 상품 수입액은 1315억 달러였다. 무역적자액을 수입액으로 나누면 ‘마이너스’ 50.2%이다. 그 숫자를 한국이 미국에 매긴 관세율로 의제했다.
‘무역이 공정했다면’ 미국은 적자를 면할 수 있었는데 한국이 미국 상품에 관세를 매기고 비관세장벽을 치는 바람에 미국 상품의 한국에의 접근이 어려워졌고, 그 결과 그만큼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결과로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는 논리지만 설득력이 결여된 주먹구구식 셈법이다.
미국은 교역 상대국이 상호주의를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까지 거론한다. 미국의 GDP 대비 소비 비중이 68%이지만 한국은 49%로 낮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미국만큼 소비하라는 것이다. 소비가 부족해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억지 주장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는 중복 계산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는데, 이에 따른 기계·설비 반입 등이 수출로 잡힌 것이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 신규 공장 건설과 관련된 기타 기계류 대미 수출이 15억 달러로 전년보다 239.4% 크게 증가했다. ‘투자 유발형’ 대미 수출의 특성을 미국에 설득시켜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국가 이익 앞에 동맹은 후순위일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게 했다. 하지만 현실을 천착하면 우리 정부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다. ‘상호관세 25%’라는 참사가 벌어진 것은 ‘통상외교에서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관세 폭격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줄탄핵을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통상 관료로 평가받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한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특정 정당이 아닌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