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임대료 급등에 ‘몸살’

장영환 통신원

우리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학생이 이번에 집을 옮겼다고 한다. 가게와는 가까워졌다며 웃는다. “그래, 잘됐다”고 했지만 속사정을 들어보니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학교와는 멀어지고 집도 좀 낡았지만 할 수 없이 룸메이트와 함께 이사를 했단다.

주택을 소유한 나로서는 주거문제가 그렇게 표면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세입자들은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근심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포르투갈 언론은 최근 “내년도 주택 임대료가 6.94% 증가할 수 있다”며 “30년 만에 최대 폭 인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국립통계연구소(INE)가 지난 8월까지 1년간 주택을 제외한 물가지수의 평균 변동률을 조사한 값으로 다음 해 임대료 책정에 기초가 된다.

세입자협회는 “급여와 연금 오름폭이 임대료 인상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임대료 인상은 재난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올해 주택 임대료 인상률은 5.43%였지만 정부는 이를 최고 2%로 제한한 바 있다. 반면 임대인단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상환액이 늘어 어려움이 많다”며 “주택대출 문제 해결 없이 재차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면 안 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포르투갈의 주택 임대료 문제는 다른 통계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하우징 에니웨어(Housing Anywhere)’가 유럽 23개 도시를 조사해 발표한 올 2분기 임대지수<표>에서 리스본은 1베드룸 아파트의 월 평균 임대료가 2500유로로 가장 비싼 도시에 올랐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해 ‘디지털 유목민이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됐던 리스본은 올해 5위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주택 임대료 급등을 꼽고 있다.

지난 4월 초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주거는 권리다’ ‘모두를 위한 주택’ 등을 외치며 실효성 없는 주거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포르투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았다. 정부에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2023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달까지 날아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집을 보장할 수는 없다. 정말 놀랍지 않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집이다. 하지만 이는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올 봄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세입자연합(IUT) 회의에서 마리 린더(Marie Linder) 회장의 뼈있는 한마디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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