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우리는 살다가 이렇게 불현듯 떠나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 그런 식의 ‘떠남’은 남은 인생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아주 유명한 영화 평론가가 되었지만, A는 한때 최고의 언론사에서 영화 전문기자로 잘나갔다. 어느 날 출근을 하기 위해 회사 엘리베이터에 올랐는데 내려야 할 층에서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단다. 그길로 회사를 나와 사표를 팩스로 보내고 전업 평론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그의 머리를 번개처럼 내리쳤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첫 장면도 주인공 조엘(짐 캐리)이 회사 출근을 위해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불현듯 어떤 기억이 떠올라 옛 추억을 향해 뛰어가면서 로맨스가 시작된다.

나는 첫 리스본 여행을 떠나면서 이 영화를 비행기에서 다시 보았다. 프라두의 고결한 영혼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고 한 권의 책을 통해 인생의 깊이가 한층 깊어진 그레고리우스를 보며 새롭게 다시 출발하는 나 자신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번 리스본행 여행도 불현듯 떠난 거니까.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