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구조조정 '철퇴'에 건설업계 위기감 고조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 과정을 둘러싼 은행권과 건설업계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차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건설사중 일부는 “워크아웃이 시작도 되기 전에 부도가 날 판”이라며 위기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보기엔 건설사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영 시원치가 않다.

'구태'에 빠진 듯 엉거주춤 움직이는 모습이 은행권의 입장에서 볼때 탐탁치가 않은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란 부실징후 기업의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라며 “워크아웃이 됐으면서도 예전과 똑 같은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설사들이 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건설업계와 은행권이 건설업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판이하게 다른 데서 출발한다.

우선 은행권은 건설업계를 말 그대로 ‘중병환자’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과 이와 함께 들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건설업계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1~2년 사이에 될 일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붐’을 타고 일어났던 거품을 제거해야 마땅하다는 게 은행권의 방침인 셈이다.

반면 건설업계는 은행권의 목적이 건설업계의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이 아니라 채권 회수에만 맞춰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방만경영에 대한 군살빼기와 함께 지원을 병행한 워크아웃이 진행돼야함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구조조정을 통한 자금 확보로 채권 회수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은행권이 이번 사태 이후 건설업계 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어떻게든 ‘회생’을 해보려는 건설업체와 냉정하게 ‘칼질’을 하려는 은행권의 시각차이가 현재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의 가장 큰 불만은 신규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워크아웃의 판이 짜여져 있다는 것.

C등급의 경우 신규 사업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 C등급 건설사들은 우선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거쳐 자금을 확보해야하고 미분양물량 해소에 주력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신규 주택사업 등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태고, 일반 발주물량 수주도 C등급 건설사라는 약점으로 인해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최근 경남기업이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통영생산기지 2단계 6차 확장 공사를 수주한 것이 화제가 된 것도 바로 이 같은 현실의 일면이다.

이는 B등급 업체도 마찬가지다. B등급 업체에 대해 은행권은 신규 자금 신청시 C등급으로 하향조치도 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즉 '돈 빌릴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게 은행권의 복심인 것이다.

이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B등급 업체는 일단 C등급 업체와는 달리 수주에 불리한 점은 없다. 하지만 은행권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안되는 상태에서 신규 유동성을 회전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아무 사업도 하지 말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게 B등급 업체들의 불만이다.

한 B등급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사 중 ‘자기 돈’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가 몇 군데나 되는지 모르겠다”며 “그룹 계열사들이 그룹 일거리로 실적 챙기기에 나서고 있을 때 분투하고 있는 일반 건설업체들은 자기 자본이 없어 사업을 중단하게 될 판국이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IMF 당시 우성, 한신공영, 삼익, 한양 등 전통의 주택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부도 또는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공백이 생긴 건설업계가 재벌계열사들의 독식판이 됐듯 이번 건설업계 구조조정 결과 재벌계열사 및 대형사들의 독식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이들의 불안감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건설사가 계속 굴러가기 위해선 수익이 있든 없든 사업이 필요하다”며 “지나친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되는 국내 건설업계의 실력까지 구조조정 해버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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