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원 출연 '불과'...사면후 깜깜 무소식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검찰 수사 도중 약속한 8400억원의 사회 환원이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정 회장은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등 계열사를 통해 10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3000여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뒤 지난해 8월 특별 사면된 바 있다.
2006년 4월 검찰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비자금 의혹을 강도 높게 조사받던 정 회장은 자신과 외동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주식 1조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고, 지난 2007년 3월 항소심 때 당초 약속했던 1조원보다 1600억원 줄어든 8400억원을 내놓겠다며 사회 환원 약속을 거듭 확인했다.
그 첫 단계로 1년 안에 1200억원을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발표했고 향후 7년간 매년 1200억원의 사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11월 22일 600억원 규모의 글로비스 주식 92만3077주와 지난해 7월 4일 300억원 규모의 글로비스 주식 48만7805주, 총 900억원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증여했을 뿐이다.
처음 현대차그룹이 해비치 재단을 세워 600억원을 출연하면서 정 회장은 약속을 지키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사면된 뒤로는 사재가 출연되지도 않고 재단에서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해비치 재단은 지난해 12월 저소득층 자녀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해비치 꿈나무 육성'사업을 위한 장학증서 전달식과 문화예술소외지역 학생 400여명 대상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지원 사업 협약식을 가진 것이 전부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약속은커녕 출연 의지마저 의심하는 따가운 시선을 현대차그룹에 보내고 있다. 즉, 애초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지킬 것처럼 공수표를 날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정 회장의 지키지 못한 '약속'은 국감장에서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10월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은 법무부 국감에서 "지난 2007년 5월 서울고등법원 법정에서 1년 안에 12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던 정 회장은 같은 기간 600억원의 사회 환원밖에 하지 않았다"며 "정 회장이 600억원을 증여해 설립한 해비치 재단도 설립 1년이 다 되도록 단 한 건의 봉사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회 환원 약속은 만약 지키지 않더라도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 약속한 것은 법을 넘어 윤리경영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비록 사회 환원 약속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하지만,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을 한 것은 지켜야 한다고 보며, 그것이 앞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대차그룹은 비자금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현대차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자기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