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계, 지역농협] 송파농협 대의원 90% '조합장 측근'…이사·감사도 '한통속'

이사ㆍ감사ㆍ영농회장, 이한종 조합장 추천 '단일후보 당선'…사라진 작목반장 부활 '조합권 감시'

이한종 송파농협조합장이 대의원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원까지 자기 사람으로 채워 대의원회의와 이사회를 장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부 견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가 지속된 것이다.

1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2018년 기준 송파농협 대의원 74명 중 69명이 이 조합장과 가까운 지인으로 확인됐다. 조합장의 연봉인상과 임원선출 등 대의원회의에 올라온 안건들을 무리 없이 통과시킬 수 있는 틀을 완성한 셈이다.

◇이사선출 ‘입맛대로’ … 농협중앙회 출신 선호 = 이 조합장은 대의원을 자기편으로 만든 틀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장악했다. 송파농협의 이사회 이사 14명 모두 이 조합장의 동문 혹은 지인이거나, 이 조합장이 직접 농협중앙회에서 영입한 인물들이다. 조합장을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가 조합장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 조합장은 대의원 과반수 투표를 필요로 하는 이사나 감사 선출 시 자신이 직접 추천한 후보 1명 외에는 후보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자기 사람을 심었다. 시OO 상임이사, 장OO 사외이사, 강OO 상임감사도 이 조합장의 추천을 받고, 단일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대의원 다수가 이 조합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전 상임이사 박민주(가명) 씨는 “송파농협 정관에 보면 상임이사와 사외이사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사람을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돼 있는데, 인사추천위원회에 조합장이 들어가 있다”면서 “항상 조합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선출되는 암묵적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후보는 딱 1명 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송파농협 정관 제54조는 상임이사 및 상임감사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사람을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인사추천위원회에는 조합장도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조합장 추천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1월 진행된 상임감사 선출에도 이 조합장이 추천한 강 씨가 단독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상임감사 강 씨는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사무처장 출신으로 이 조합장이 직접 데려온 인물이다.

현 송파농협 대의원 김갑용(가명) 씨는 “이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출신을 굉장히 선호한다”면서 “상임감사 강 씨의 경우 농협중앙회 감사실에 있다가 송파농협으로 온 사람이다. 송파농협이 농협중앙회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감사를 당할 때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장 씨 역시 농협중앙회에서 근무하다 송파농협으로 넘어왔다. 김 씨는 “농협중앙회 퇴직자들을 송파농협으로 많이 데려와서 농협중앙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 이 조합장의 목적 아니겠냐”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출신이 송파농협 감사를 방어해준다는 지적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송파농협을 감사할 때 같이 일했던 직원보다 감사 업무를 해왔던 전문인이 더 업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오히려 송파농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였다”라고 해명했다.

◇영농회장·작목반장이 조합원 관리… 구시대적 감시 체계 = 송파농협 내 지역 조합원을 관리하는 영농회장 19명 중 17명이 이 조합장 측근인사로 확인됐다. 이 조합장은 영농회장과 작목반장도 자신의 편으로 관리하면서 송파농협을 자신의 사기업처럼 관리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 조합장은 각 동을 담당하는 영농회장과 작목반장을 통해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았다.

전 영농회장 이수만(가명) 씨는 “작목회는 이미 5~6년 전에 사라졌지만 이 조합장이 작목반장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작목반장이라는 과거의 감투를 아직도 씌워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작목반장도 대의원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합장이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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