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부동산신탁… 금융사, 시장 진출 눈치작전

농협금융, TF 구성 신규 인가 준비 고삐...우리은행, 인수합병 무게

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10년 만에 부동산신탁회사 3곳을 추가 인가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장 진입을 위한 금융회사 간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부동산신탁업은 예대차익만으로 수익성 담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과 우리은행이 새 신탁사 인가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 중대형 증권사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새로운 부동산 신탁회사 탄생 등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초 부동산 신탁사 3곳에 인가를 줄 방침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가 지난달 부동산신탁업에 경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면서다. 다음 달 26~27일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부동산신탁업은 고객이 맡긴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개발·관리해 그 이익을 돌려주는 종합 서비스업이다. 2009년 이후 신규 인가가 없어 총 11개사가 있다. 이들 11개사는 2012년 이후 계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영업 수익은 588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1.9% 늘었다.

농협금융은 이미 부동산 신탁사 인가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존 예대차익만으로 수익원을 찾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부동산 리츠는 모든 금융회사의 관심사”라고 했다. 부동산신탁업은 은행과 달리 ‘개발신탁’이 가능하다. 시행사처럼 토지를 신탁받아 개발한 뒤 분양하는 방식이다.

올해 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도 부동산신탁사업은 큰 관심사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은행에 쏠려 있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형 증권사나 보험사보단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 높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를 눈여겨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신규 인가와 지주사 전환 뒤 중소형 부동산신탁사 인수합병(M&A) 안 가운데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신규 인가보다 기존 부동산신탁사 M&A에 무게가 실린다. 지주사로 전환하자마자 새로운 계열사를 만들어 처음부터 키워 나가는 게 부담일 수 있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일단 지주사 전환을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부동산신탁사도 시장에 어떤 형태로 매물이 나오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금융회사에 부동산신탁 시장은 ‘노다지’로 불린다. 수익성이 높고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는 상황에서 새로운 영업을 할 기회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시장도 급성장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부동산신탁업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업계 6위인 아시아신탁 지분 60%를 인수하려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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