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신규가입자 계좌이체 할인 특약 폐지…"소비자 보험료 인상 우려"

삼성생명이 일부 종신보험의 계좌이체 할인 특약을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보험료 카드 납부 압박 속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되지만, 사실상 보험료 인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생보업계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약 할인율 축소 조정 방안을 전국의 대리점과 독립법인대리점(GA)에 고지했다.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며, 시행 시기는 다음 달 8일로 예정돼 있다. 해당 상품은 △생활자금 받는 변액 유니버설종신보험 △통합생활 자금받는 유니버설종신보험 △간편가입 유니버설 종신보험이다.

삼성생명 한 지점장은 “계좌이체 할인 특약을 없애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직 본격적인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고객 반응을 살핀 뒤 전(全) 상품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가입자가 자동 계좌이체로 보험료를 내면 연 보험료의 1%를 할인해 준다. ‘빅3’인 교보, 한화생명 역시 같은 혜택을 제공 중이다. 예를 들어 월 30만 원·20년 납인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고객은 70만 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다.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은행들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1%대에 머물고 있고, 보험료 최저보증 이율(금리가 아무리 내려가도 보험사가 무조건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율) 역시 2~2.5%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생명의 이 같은 움직임이 금융당국의 ‘보험료 카드납부 압박’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이 카드로 보험료를 낼 때마다 결제 금액의 2%가 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저금리로 인해 연 4%대의 자산운용 수익률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 이달 말까지 ‘보험료 카드 결제 현황 및 부당운영에 대한 개선 대책’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당국에 이어 국회에서도 ‘보험업법 개정안’ 카드를 꺼내 들며 보험사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A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카드사 수수료 비용을 상쇄하려면 자동 계좌이체 할인과 같은 특약을 없앨 수밖에 없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사실상 보험료가 인상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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