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 많지만 실적은 대조적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계의 '쌍두마차'라고 불리는 CJ엔터테인먼트 이미경 부회장과 오리온 그룹 이화경 사장의 불꽃 튀는 '라이벌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CJ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 총괄 부회장을, 이화경 사장은 오리온그룹 엔터테인먼트 총괄 사장을 맡으면서 영화, 방송 사업을 이끌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은 식품업체가 모 기업인 재벌가의 직계손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각각 58년, 56년생으로 엇비슷한 연배인데다가 이름마저 비슷해 세간의 이목을 한층 집중시키고 있다.
◆ '이화경' 내실에서 완승

두 엔터테인먼트 여걸들의 성적표를 놓고 보면 소속 그룹의 매출, 자금력, 직원 수 등 외형 면에서는 이미경 부회장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 내실을 가늠하는 실적을 들여다보면 이화경 사장의 압승이 분명해 보인다. 이미경 부회장이 총괄을 맡고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화경 사장이 지휘하는 회사들은 줄곧 흑자 경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미경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주요 회사들의 실적을 CJ그룹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결보고서를 통해 살펴보면 CJ엔터테인먼트는 자산과 매출 등 기업 규모에서 업계 1위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298억5700만원을 올린 반면 252억24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CJ미디어도 매출액 1532억7100만원을 거뒀지만 150억6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케이블채널 tvN은 지난해 매출 286억2800만원, 122억7300만원 순손실, 엠넷미디어도 매출 628억9300만원을 올린 반면 343억6800만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단지 극장산업의 호황으로 CJ CGV만은 매출 3204억6600만원에 순이익 121억4800만원을 기록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CJ CGV 역시 지난 2004년도에 344억원의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매해 순이익이 줄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가 달성한 순이익은 전년 대비 47.2%가 감소한 수치다.
엠넷미디어는 더욱 심각하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2006년 개국한 tvN은 시청률에서는 선방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선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방송위원회로부터 수차례 심의 제재를 받는 등 온갖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반면 이화경 사장이 총괄하는 온미디어, 미디어플렉스(쇼박스) 등은 지난 2004년부터 매해 흑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경 부회장과 대조된다.
온미디어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84억->210억->4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매출액 868억5497만8000원을 올리며 376억3985만5000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미디어플렉스도 매출액 416억8063만7000원, 당기순이익 616억5279만2000원을 기록했다. 물론 미디어플렉스는 영화산업의 전반적 불황으로 지난해 매출이 2006년(885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적자로 돌아섰으나 자산매각을 통해 흑자경영을 이어갔다.
또 이화경 사장은 '베니건스'로 잘 알려진 외식업체 '롸이즈온'도 맡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적자를 내고 있다. 최근 패밀리레스토랑을 비롯한 국내 외식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가 이어지면서 이 사장도 이를 피해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외형 확장' Vs.'실속 챙기기'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 부회장은 지난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미국 영화사 드림웍스 설립을 주도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탄생시켰다. CGV는 2006년 중국 상하이에 1000석 규모의 영화관으로 문을 열었고 오는 5월에는 미국 LA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부문에서 계속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이 부회장이 해외로 눈을 돌리며 사업을 크게 불려가는 것은 '글로벌화'에 초점이 맞춰진 그룹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CJ그룹 손경식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J그룹 관계자 역시 "이미 그룹 전체가 '글로벌화'를 목표로 준비 태세를 갖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CJ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의 확장경영을 무리수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시장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을 강구중"이라고 답변했다.
오리온 엔터테인먼트 이화경 사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차녀다. 남편은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이다. 이 사장은 이화여대 졸업 후 1975년 동양제과(현 오리온)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6년만인 지난 2000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러한 풍부한 실무 경험을 통해 마케팅 담당 임원 시절에는 초코파이 광고 '정(情) 시리즈'로 소위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반영한 이 광고로 이 시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사장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자산매각을 통해 미디어플렉스의 흑자 경영을 이룩하는 센스를 발휘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플렉스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영화 '괴물'이 빅 히트를 쳤으나 2007년에는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다"며 "대신 '알짜' 기업인 메가박스를 호주계 은행 자본에 매각, 그 차익으로 막대한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디어플렉스는 매입자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고 그간 쌓은 극장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컨설팅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계에 달한 극장사업에 대한 매각으로 오리온 그룹이 실속을 챙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은 영화 투자면에서도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으나 고전을 면치못한 '태풍' '중천'의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도 영화에 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 이화경 사장은 CJ가 제작비 때문에 포기했던 '웰컴투동막골'을 넘겨받아 2005년 최고의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또 '괴물', '말아톤' 역시 국민들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미경과 이화경, 이름마저 닮은 두 여걸의 경영 성적표는 현재로서는 오리온 이화경 사장의 압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