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4분기를 포함한 2007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이렇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007년 4분기 실적과 관련하여 해외법인 포함 기준으로 매출액 1조8500억원을 기록해 지난 3분기의 2조4370억원 대비 약 24% 감소했다."
그동안 흔히 봐온 다른 회사의 실적발표 자료와는 차이가 있다. 자사에 불리하지만 실적발표 내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적자전환 부분을 앞에 내세웠다. '지난해 전체로는 업계의 극심한 불황에도 매출이 12% 증가했다'는 점을 전면에 포장하는게 보통이지만 하이닉스는 "4분기에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급락으로 영업손실 발생 등 적자 전환했다"는 설명을 달아 뒤로 뺐다. 4분기 적자전환 부분을 첫문장으로 내놓기가 쉽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해마다 연초에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진다. 기업의 활동상을 주로 다루는 경제신문 기자들에게 특정기업의 한해 실적은 매우 중요한 기사거리다. 때문에 같은 얘기라도 기자들의 시선을 기왕이면 나쁜 쪽보다는 좋은 쪽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다.
허나 하이닉스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지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하이닉스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들의 실적을 공개해왔다. 이같은 솔직한 태도가 물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결과는 별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이후 상당수 언론은 '하이닉스 4분기 적자 전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양산했다. 물론 업계 시황과 다른 업체들의 실적 등을 비교해 분석 및 해설을 시도한 기사도 많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과도한(?) 솔직함은 이제 빛을 발하고 있다. 4일 유진투자증권은 하이닉스에 대해 "올해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호조에 따른 점진적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원가절감 노력으로 경쟁력 유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동양종금증권 역시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3180억원)이 발생했으나 해외 업체들이 매출액에 근접하는 순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해 양호한 실적"이라며 "올해 실적 개선으로 3분기에 흑자 전환 뒤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하이닉스의 '있는 그대로의' 실적발표가 바로 증권가의 긍적적 전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웨이퍼 월 100만장 생산을 돌파하고 세계 반도체업계 6위로 올라서는 등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양호한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66나노 D램 제품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D램 제품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가는 중이다.
하이닉스의 솔직함은 어쩌면 自信感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