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수치심 줬다면 인권침해"

국가권익위원회는 검찰 수사관이 조사 도중 피의자로부터 범죄와 관련한 진술을 끌어내려는 설득의 과정에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는 표현을 썼다면 이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최근 이모 씨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수사관이 자신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낸 진정을 받아들여 해당 검찰청에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인권교육을 하도록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3월 지방의 한 검찰청에서 사문서위조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권모 수사관에게 한 시간 반가량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사서 개통해준다는 명목으로 친구의 아내 윤모 씨로부터 운전면허증과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받아 놓고선 선불 휴대전화를 개통해 그 사용요금을 윤씨가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진정 요지에서 "질문이 너무 길어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수사관은 '너 국어 못하냐?', '너는 사람 말을 이해 못하냐?'라고 했다"며 “인격 모욕적 발언을 들어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해당 수사관 권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범죄사실을 확인하고자 한 물음에 이씨가 귀찮다는 듯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고, 질문을 잘 못 알아들은 듯 되묻기를 반복해 '너 국어 못해?'라고 한 사실이 있다"며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권씨는 "처음부터 반말을 한 것은 아니고 이씨가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해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반말을 한 것"이라며 "이씨가 기혼자임을 밝혀서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권씨가 수사관으로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책무가 있으나 동시에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적법 절차를 지켜야 할 의무를 진다"며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이밖에도 인권위는 권씨가 이씨의 양심에 호소해 진술과 피해 회복을 끌어내려는 선의가 바탕이 된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이 향후 조사시 지켜야 할 인권준칙 등을 교육하고, 이번 사례를 수사관들에게 전파하는 정도가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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