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한달째 논의 거부" VS. 은행측 "협상안 고민중"

하나은행 노동조합(위원장 김창근)는 14일 김종열 행장이 비정규직 문제 논의를 거부했다면 김 행장을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하나은행 노조는 고발과 함께 "노조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은행측이 노사협의회 개최를 한 달째 거부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노사간 협의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점을 찾고 있는 다른 은행들과는 달리 하나은행은 최근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원들에 대해 해고통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깊어가는 노사갈등...문제의 근원은 무엇인가
하나은행은 지난 7월에도 계약이 만료된 비정규직원들에 대해 해고통보 및 외주화 방침을 밝혔다가 노동조합의 반발과 이랜드사태와 맞물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일단 방침을 유보한 바 있다.
조선학 하나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달 19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노사협의회가 김종열 행장의 불참으로 결렬된 이후 한달이 다 되도록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며 "행장의 불참은 노사협의회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부분 다른 은행들이 노사합의를 이끌어 냈거나 진행중인 데 반해 은행측이 이처럼 협의 자체를 미루는 것은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비정규직문제에 대해 은행측이 얼마나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은행측이 금융노조와의 단체협약 중인 관계로 협의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데, 비정규직 문제는 잠정 합의된 상태로서 은행별로 구체적인 협의를 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간사은행인 은행측이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공연한 핑계를 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보다 나은 협상을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된 노사협상은 매우 복잡한 문제로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미 1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황"이라며 "모든 비정규직원을 정규직화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직무에 대한 분석과 결정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노사협의 왜 미루나
그러나 다른 은행들이 대부분 노사 협의를 진행중이거나 합의를 도출한 상황에서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보다는 하나은행 경영진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큰 틀에서 고민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1000여 명을 정규직화한 하나은행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정규직 전환은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정규직 전환 이외에 제3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노사간 대립과 갈등이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노사 양측 모두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조만간 노사협의회가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으나 물밑협상을 계속 추진 중"이라며 "조만간 노사협의회가 개최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도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미루어 봐야 노사 모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은행측이 곧 협상에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사협의회 개최를 놓고 신뢰가 깨질대로 깨진 하나은행 노사가 어떤 현안보다도 복잡하게 꼬여있는 '비정규직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