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정부 오판이 현대상선 좌초 단초 제공

현대상선 캐시카우 자동차선 사업부, 정부 강요로 스웨덴 회사에 넘겨

현대상선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14년 전인 2002년 정부의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현대상선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그 후유증으로 2002년에도 유동성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외환 확보를 위해 현대상선 등 국내 선사를 비롯한 기업들에게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는 무리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이 정책 요구에 따라 배를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현대상선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자동차선 사업부(현 유코카캐리어스)도 스웨덴 해운회사 왈레니우스에 15억 달러(약 1조7265억)에 매각해야 했다.

당시 왈레니우스는 단 3억 달러만으로 현대상선의 자동차선 사업부를 손에 쥐게 된다. 나머지 12억 달러는 국내 은행권에서 대출받았다. 이 사업부는 현재 연간 매출 2조5000억원, 당기순이익 2000억원을 거두는 견실한 흑자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자동차선 사업부가 매각되지 않았다면 이 회사가 지금과 같은 위기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정부의 판단이 장기적으로는 현대상선에 득보다 실을 안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정부 주도 하에 국적선사들이 당시와 같은 무리한 구조조정 사례를 되풀이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지난달 말 채권단 관리 하에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는 등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이번 협약은 용선주와 사채권자 등 현대상선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의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이어서 매년 조 단위로 지출되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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