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을 가다] 지역난방공사, 폐에너지 활용 항산화물질 생산… 아모레·셀트리온 아성에 도전장

미세조류 배양해 온실가스 줄이고 수익 창출까지 일석이조

한국지역난방공사가 화장품을 만들어 아모레퍼시픽과 의약품을 제조해 셀트리온과 경쟁한다고?

금방 들어서는 무슨 개연성이 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의문은 난방공사 판교지사를 방문해 풀렸다. 지사 내 한쪽에 마련된 식물원 같은 투명유리 온실건물에 들어서면서 부터다.

온실 안에 들어서자 과학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갖가지 장치들이 눈에 띄었다. 양쪽으로는 개체마다 호스에 연결된 긴 비닐 팩들이 가지런히 배열돼 내부를 가득 채웠다. 녹조류 특유의 물비린내 같은 냄새도 풍겨왔다.

비닐팩 내부에 들어 있는 액체는 색상이 좌우 열마다 달랐다. 오른쪽 앞줄부터 왼쪽 앞줄까지 크게 반시계 방향으로 진한 녹색에서 → 옅은 녹색 → 옅은 적색 → 진한 적색으로 색상과 명도, 채도가 변했다.

이는 발전소 굴뚝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시스템이다. 난방공사는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기기술개발사업 온실가스 저감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고려대학교와 에너지기술연구원, ㈜지앤지, ㈜휴온스 등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미세조류 광배양 기술을 5년째 연구 중이다.

그 만큼 어려운 과정이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열병합발전소의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추출해 연결된 배관을 통해 온실로 보낸다. 미세조류는 추기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이산화탄소와 접촉해 광합성을 하며 성장한다. 증식단계(Frowth Stage)에 15~20일, 유도단계(Induction Stage)에 45~50일이 소요된다.

증식한 미생물은 회수 분리된 정제 공정을 통해 바이오디젤(약 40%)이나 의약품,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항산화물질(약 60%) 등의 고부가가치 유용물질로 전환시킨다. 미세조류 반응기 운전 결과 배기가스 내 CO₂농도가 감소해 약 30%의 저감 효과를 보였다. 또 미세조류 종류인‘네오클라리시스’에서 바이오디젤, ‘헤마토코쿠스’에서 의약품, 건강식품, 화장품, 사료 등으로 이용되는‘아스타잔틴’을 순도 80% 이상으로 추출해 낸다.

효과가 탁월한 고가의 항산화물질인 아스타잔틴을 생산하려면 불순물이 많은 석탄화력 배기가스를 사용하기 어렵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 배기가스가 적합하다. 불순물이 거의 없는 순수 CO₂라 미세조류 입장에서는 오히려 양질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설명이다.

난방공사는 연구가 마무리되는 내년에는 연간 3.2톤의 바이오디젤과 6000kg의 항산화물질을 생산해 6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10톤 시스템 운전 시 연간 5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으로 200만원 규모의 탄소 배출권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양해붕 공사 홍보실 차장은 “현재까지 시범적으로 미세조류를 1톤 규모로 배양했다”며 “이달 온실 확장 공사를 마치면 내년부터 10톤 규모의 미세조류를 배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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