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대신증권의 시계바늘

대신증권 창업주 3세인 양홍석(26)씨가 얼마전 대신투신운용 임원으로 승진한 것과 관련 증권가에서 '대신증권 답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물론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가업(?)으로 물려받는 회사이기에 남들보다 애사심이 높을테고, 자리에 합당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책임감 있게 일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경우는 얘기가 틀리다.

국내 최고라 자부하는 'S대'를 나온 재원이라지만, 작년 7월 대신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9개월만에 계열 운용사의 임원이 됐다. 그동안 몇곳의 지점과 부설경제연구소 등을 거쳤다고 하지만 누가봐도 ‘파격’ 그 자체다. 모회사(대신증권)의 최대주주(5.55%)라는 위력이 놀랍다.

여기까지면 다행이다. 대신증권만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네 재벌사(史)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후계승계에는 독특한 과정이 포함돼 있다.

홍석씨는 지난 2005년 아버지로부터 동생들과 함께 지분을 물려받았다. 상속세만 300억원이 넘었고, 지분을 팔아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가뜩이나 적은 지분율은 더 떨어졌고,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서 신우리사주조합(ESOP)라는 제도가 후계승계를 지원할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먼저 회사돈으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리고 다시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팔아 의결권을 부활시켰다. 결국 대주주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팔았지만, 직원들의 주머니돈이 부족한 지분율을 채워준 셈이다.

오너일가를 위해 전사적으로 헌신하는 '족벌체제'의 전형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지금 일대 변화를 몰고 올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을 앞두고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대신증권의 시계바늘은 거꾸로만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거 '증권업계 빅5'의 명성이 퇴색한지 오래다.

작년말 기준으로 전통적 수익원인 위탁매매에서만 '빅5'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 자통법 시대의 경쟁력을 가늠해볼수 있는 인수주선, 수익증권 판매 등의 분야에서는 '빅5'에서 멀찌감치 밀려났다.

증권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자기자본에서도 6위권을 간신히 지키고 있지만, 이마저도 후발주자(굿모닝신한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에 자리를 내줄 공산이 크다. 남들이 자본력 확충에 매진하는 사이에 자사주 매입 등에만 돈을 쏟아부은 결과다.

홍석씨가 임원으로 경영수업을 받는 대신투신운용은 더 심각하다. 간접투자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주식형펀드 수탁고 기준으로 31위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과거 대신증권은 대기업 계열이 아닌 '독자증권사'로서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해오면서 증권가의 시선을 모았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는 '독자증권사' 유지를 위한 '후계승계'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한걸음씩 도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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