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미국경제] 한국이 배울 점은…‘고강도 구조조정’ 정부의 뚝심

가계소비 확대 경기회복 견인…고용의 안정화로 제조업 부흥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회복된 배경에는 가계소비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뚝심있는 정책과 성공적인 구조개혁도 경기회복의 한 축이 됐다. 여러 면에서 현재의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미국은 소비로 굴러가는 나라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쥐락펴락하는 게 가계소비다. 올해 2분기 미국의 가계 소비는 1분기 대비 2.5% 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고, 3분기에는 3.2%까지 증가하며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금융위기 당시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던 미국 기업들은 소비증가로 여력이 생기자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됐다.

가계소비가 증가한 것은 고용안정 덕분이다. 미국 정부는 차세대 유망 업종에 대한 투자액의 30%를 세액공제 해주고 제조업 연구·개발(R&D) 세제 지원에 500억 달러를 투입했다. 또 중소기업 고용장려금으로 250억 달러를 책정했고,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이 유턴할 때 세금을 깎아주는 등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쏟아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혁신 시스템이 살아나면서 애플·구글·트위터 등의 기업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고용시장 회복 여부를 가늠할 때 기준으로 삼는 월간 20만개 신규 일자리 창출이 10개월째 이어졌다. 실업률은 6년4개월래 최저치인 5.8%로 낮아져 연준이 물가상승 압력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완전고용(5.2~5.6%) 수준에 바짝 접근했다. 여기에 셰일 혁명으로 낮아진 기름값은 소비회복의 불쏘시개가 됐다. ‘고용 안정→가계 소비 확대→기업 수입 증가→투자 확대→신규 고용 창출’의 선순환이 생긴 것이다.

이 부분에서 한국의 경기 흐름은 미국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2로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도 형편없다. 3·4분기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쳐 30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고 월평균 실질임금 증가율도 0.08%로 6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서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실정이다.

미국 기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경기회복을 견인했다. 이른바 ‘제조업 르네상스’가 이뤄질 수 있던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고용구조와 신축성 있는 노사관계가 있었다. 발 빠른 인력 감축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졌고, 특히 저금리에 힘입어 금융비용을 대폭 줄여 경상 이윤이 많이 증가했다. 애플은 4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구현했고, GM·포드·크라이슬러는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노동부문 구조개혁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점이 큰 대목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주도한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미국 경제를 소생시키고자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종전 관행을 과감히 탈피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미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6년간 4조 달러를 풀었다. 비판과 반론이 많았지만 정부와 통화당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제 살리기’란 목표를 향해 한 호흡으로 움직였다. 이 또한 정책마다 부처 간 엇박자가 잦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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