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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인간의 조건’ [스타를 움직인 이 한권의 책]
입력 2014-04-24 14:13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최불암을 보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불암이라는 연기자는 수많은 연기자 중 한사람이 아니다. 최불암 만큼 세대마다 다양하게 다층적으로 읽히는 연기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최불암 만큼 세대를 아우르며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눈길을 주는 연기자도 없을 것이다.

하루에도 연예계에는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지는 상황에서 최불암은 연기라는 한 자리에서 40여년 한결같이 빛을 발산하는 현재 진행형의 큰 별이다. 그의 빛을 보면서 곤경에 처한 사람은 용기를 얻고, 좌절에 빠진 사람은 위안을 받으며, 절망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는 단순히 연기자를 넘어 삶의 좌표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연기자의 차원을 넘어 삶의 좌표구실을 하는 최불암에게도 삶의 이정표같은 책이 있다. 바로 일본 소설가 고미카와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이다. 진행자로 나서고 있는 KBS‘한국인의 밥상’에서도 ‘인간의 조건’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의 조건’은 징병으로 끌려가 참전한 경험을 한 저자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남녀간의 사랑을 절규할 뿐만 아니라 전쟁의 비인간성을 질타한 이 소설이 왜 국민 연기자라는 최불암에게 그토록 마음속에 각인되는 책으로 남아 있을까?

“나 역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 중학교 3학년때 읽는데 감전된 듯한 감정의 변화를 느꼈어. 전쟁의 참혹함속에 사랑을 지키는 순수함이 있고 양심이 있고 인간이 있어. 그리고 남성의 자존심을 강하게 느꼈어. 얼마나 이책에 감동을 했는지 난 가지(소설속 남자 주인공)처럼 살아야겠다라고 결심했지.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정도야”

‘인간의 조건’을 읽은지 50여년이 흘렀는데도 최불암은 책이야기를 할 때 한편의 영화처럼 너무나 또렷하고 상세하게 소설 이야기를 풀어냈고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의 심리까지 해설해줬다.

최불암은 “책 한권이 인생의 좌표를 정한다는 말을 난 ‘인간의 조건’을 읽으면서 체감했지”라고 다시 한번 닮고 싶은 가지라는 인물을 형상화했다.

연예계는 또 다른 전쟁터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대중의 관심과 시선을 끌기위해 모든 것을 건다. 찬란한 빛을 발산하는 스타도 대중의 시선을 받지 못하면 무명으로 전락하는 곳이 연예계라는 냉정한 전쟁터다.

그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50여년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은 그야말로 국민배우라는 말조차 그를 담지 못하는 巨星(거성)으로 빛나고 있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바로 ‘인간의 조건’처럼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이 견지해야할 양심과 사람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불암은 중앙고 2학년 때부터 연극을 시작해 연기와 인연을 맺은 뒤 1960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 연출, 연기를 공부를 했다. 오늘의 국민배우 최불암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맡기를 꺼려하는 노역을 그는 어린 나이에 했는가 하면 국립극단에서 연기생활을 하던 중 KBS텔레비전 연기자로 데뷔한 1967년 ‘수양대군’에서도 그는 김종서 역으로 노역이었다. 그의 나이 스물 일곱이었다. 그는 말한다.“배우는 어떤 역도 소화해낼 줄 알아야한다. 단역이든 주인공역이든 생명과 혼을 넣어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역의 비중을 따지는 배우는 좋은 배우가 아니다”

이러한 치열한 연기자 정신이 존재했기에 50여년이 넘는 그의 연기 역정에는 한국 드라마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 너무나 많다. ‘전원일기’(1980년~2002) ‘수사반장’(1971년~1989년) ‘그대 그리고 나’(1997년~1998년) 등 숫자까지 적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것이다.

최불암은 예술 속에서 소생하고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연기자다. 아름다운 배우, 최불암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그의 가슴에 바로 ‘인간의 조건’에서 그렸던 사람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연기로, 생활로 보여주는 때문은 아닐까.(스쿠프에 연재한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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