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

입력 2013-11-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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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진정한 행복’을 꿈꾸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삶을 몽땅 낭비하지 마라. 가슴의 삶을 살라, 그 밖의 일은 다 덜고 빼라!

우리는 무엇으로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확신할 수 있을까?

50줄에 접어든 지은이. 그는 앉은 자리에서 매일 대한민국 각처의 구조 조정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점점 나빠지는 세계 경제 상황, 특히나 국내 경기는 그에게도 늘 걱정거리였다. 자식이 대학에 가려면, 사회인이 되려면 아직 몇 년 더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펴낸곳 살림. 1만3800원)의 저자 김영권씨는 경제부 기자로 22년을 살았다. 이를 악물고 뛰어온 시간이었다. 일이 목숨 같았던 날들. 그동안 생각한 건 가족에게 더 잘하는 가장이 되는 일뿐이었다. 남들보다 꿀리게 살고 싶지 않았다. 좋은 옷, 멋진 차, 맛난 음식들을 걱정 없이 누리면 삶이 성공한 것이라고 믿었다.

직장인 대부분이 그렇듯 그도 몸 바쳐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둑처럼 허무가 밀려왔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는 그동안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어디에도 묻지 않았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무엇을 하면 더 벌 수 있는지만 고민했다. 자신이 행복을, ‘나’를 잊고 살았다는 건 그때 알았다.

‘이제 그만 벌고 살 수 없을까. 살아남기 위해 행복하지 않은 일을 계속하는 걸 멈출 수는 없나?’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불현듯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 학생이 1년 동안 내는 집세보다 적은 돈으로 평생 살 집을 마련하고 뿌듯해하던 소로우를 기억해냈다. 소로우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나도 해보자.’ 그가 마음을 먹은 순간 가슴에 물컹한 것이 올라왔다.

그 길로 지은이는 사표를 냈다. 직장 생활을 끝냈다. 그리고 행복을 위한 작은 실험에 돌입했다. 아무 수입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으니 꾀를 냈다. 전 재산을 털어보니 작은 오피스텔 두 채를 마련할 수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월세가 각 60만 원. 평생 그를 먹여 살릴 유일한 ‘수입’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더 벌 생각을 했겠지만 그는 120만 원에 맞춰 살아보기로 했다. 이름 하여 ‘120만 원으로 한 달 살기’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살아온 습관이 단번에 없어지지는 않았다. 늘 아끼려고 했지만 의외의 지출이 많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1. 식비/43만 5920원: 주식·부식 22만 5470원, 외식·간식 14만 8700원, 커피·술 6만 1750원

2. 관리비/20만 5360원

3. 교통비/17만 7900원: 주유 13만 원, 버스·지하철 3만 5400원, 톨게이트비 1만 2500원

4. 통신비/7만 7250원: 인터넷 2만 6130원, 휴대전화 5만 1120원

5. 경조사/26만 1000원: 아버지 생신 선물과 저녁 21만 1000원, 조의금 5만 원

6. 수강료/11만 5000원: 기타 4만 원, 요가 4만 원, 준비물 3만 5000원

7. 개울하늘 회비와 경비/6만 5400원

8. 기타/8만 500원: 카메라 수리 5만 5000원, 냉장고AS 1만 5000원, 영화 다운로드·수목원 입장료 1만 500원

총계 141만 8330원

그는 강원도에서 계절 하나를 보내고 나서야 120만 원에 딱 맞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경조사에 나설 때도 가계부를 생각해야 할 만큼, 쪼잔할 대로 쪼잔해야만 120만 원으로 한 달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토록 궁색해졌는데도 마음이 편했다. 자연과 벗하며 살 수 있어 좋았다. 새소리 물소리도 좋았다. 아침마다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았다.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짜증내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행복감이 밀려왔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산다는 충족감이 넘쳐났다. 글 한 줄을 읽어도 가슴을 파고들었다. 남보다 잘살겠다는 욕심, 더 멋진 옷, 폼나는 차, 맛난 음식을 내려놓자 진정한 삶이 다가왔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런 경험을 담았다. 120만 원으로 한 달을 사는 쪼잔한 내역과 그 쪼잔함이 가져다준 ‘진정한 삶’과 ‘행복’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일독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비록 몸은 도시에 묶여 있지만 작은 문을 열고 숲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만 벌기’에서 시작된 인생 2막의 큰 그림은 돈의 고삐에서 풀려나 맘껏 누리는 삶이다.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도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삶이다.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인생 2막에는 크게 세 지점이 있다. ‘그만 벌기’, ‘나만의 삶’, ‘치유’다. 그는 꼭 하고 싶은 일과 꼭 해야 하는 일을 찾아 즐기며 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덜 버는 대신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는 단순 소박한 삶의 가능성이다. 머리 덜 굴리고 마음 덜 쓰는 대신 몸 더 움직이고 가슴 더 여는 평화로움을 이뤄내는 삶이다.

지은이는 이 인생 실험을 시작하고서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알게 됐다. 그래서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행복한 일화들을 책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는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어우러지고 견디며 사는 법을 알았다. 불편함을 느꼈을 때 욕심을 덜어내면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래서 그의 인생 실험은 ‘모두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격려하고 안내하는 궁극의 응원이자 권유다.

뿐만 아니라, 지은이는 깨달음을 주는 삶의 지혜와 철학을 담은 책들을 탐독하는 독서광이다. 이 책에는 불교의 가르침을 마음 치유에 적용해 대중과 소통한 틱낫한 스님, 단아한 삶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존경받은 법정 스님, 자발적 가난을 실천한 에른스트 슈마허를 비롯해, 이 시대가 사랑하는 문인들의 작품과 세계의 명상가?철학가들의 명문장이 곳곳에 그의 진중한 감상과 함께 깃들어 있다. 그가 공유하는 글들은 삶에서 일을 빼면 공백이 너무 큰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치유한다.

이제 지은이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행복을 아는 중년’이 됐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포츠에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고 예술 공연에 중간 휴식시간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전반전과 후반전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사람에게만 행복한 미래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도시 문명에 기반한 우리들의 인생은 돈과 지위의 유무로 삶의 방식이 결정된다. 그것은 ‘더 많이, 더 높게, 더 빨리’라는 슬로건으로 우리를 지배한다. 소심해진다. 위축된다. 이에 지은이는 “자신을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신을 탈출시키는 것이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야 고비용(일)―저효율(행복)인 삶에서 벗어나 올바른 삶의 경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그처럼 모든 일에 마침표를 찍고 시골에 내려가 생활하지 않아도 좋다. 그만 벌고 모아둔 돈으로 평생 살기를 작정했다면, 120만원보다 더 적든 크든 자신만의 매직 넘버를 찾아 생활하면 된다. 이 인생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짜로 살고 싶은 삶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함께 행복한 삶을 살자고 권한다. 그의 진정성은 독자들이 지금껏 안고 있던 허무를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시킬 것이다. 뜻 깊은 인생 여행을 만드는 긍정의 에너지로 말이다.

▶ 지은이 소개

김영권

누구나처럼 몸 바쳐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어느 날 허탈함을 느끼고 사표를 냈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린 그동안의 삶을 멈추고 싶었기 때문. 그는 이렇게 자신의 삶을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눴다. 인생 후반전에는 『월든』처럼 시대를 넘어서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 삶을 실현해보기로 한 뒤 강원도 산골에 ‘태평家’라는 집을 지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몸이 자연과 가까워졌다는 것만으로 살아온 습관들이 단숨에 정리되지는 못했던 것. 그래서 ‘그만 벌고 편히 살기, 한 달 120만 원으로 평생 살기’를 실험 중이다. 그는 덜 버는 대신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는 단순 소박한 삶, 머리 덜 굴리고 마음 덜 쓰는 대신 몸 더 움직이고 가슴 더 여는 평화로운 삶을 꿈꾼다. 삶에서 뜻하지 않게 벌어지는 불필요한 일들을 줄이기 위해 지난날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꼼꼼히 살피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세계일보」 경제부 기자를 거쳐 「파이낸셜뉴스」 정경부장, 「머니투데이」 경제부장, 정보과학부장, 부국장, 「머니위크」 편집국장을 지냈다. 「머니투데이」에 삶과 마음을 성찰하는 칼럼 ‘웰빙 에세이’를 9년째 쓰고 있다. 책 『삶에게 묻지 말고 삶의 물음에 답하라』, 『시사경제 포인트 따라잡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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