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에세이]건강한 음악- 배우 유예일

입력 2013-05-3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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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쏘피’-친환경 어쿠스틱밴드 ‘민트그린’ 보컬로서의 닉네임이다. 원래 전공은 연기다. 학교도 연극원을 졸업했고, 작은 역할로 데뷔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기획사 문제로 몇 년, 슬럼프로 몇 년, 이렇다 할만한 대표작, 대표역할 하나 없이 광고모델로 연명하며 근근히 무명연예인으로 살아왔다. 그래도 왠지 모를 운명이랄까. 포기가 안 되더라. 그래서인지 ‘연기자’로서는 뭉클함과 적잖은 한이 서려있다.

그런데 아는 교회 동생(민트그린의 쌤치)의 권유로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 밴드의 ‘가수’라는 자리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랄까? 그야말로 신선했다. 내 인생의 새로운 열정이었다. 멤버들과 함께 합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작사를 하고, 공연을 하면서 점점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듯하다. 내가 자랑스럽기도 하고… 행복하고 감사했다. 직접 작사한 ‘너는 걸작품’이란 곡이 있다.

봐봐 하늘에 태양만 있는 건 아니잖아. 찬란한 별, 은은한 달빛, 모두 소중해.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할 필욘 없어. 비교할 수 없는 단 하나, 너는 걸작품. (‘너는 걸작품’ 가사 中)

10년 넘게 나름 연예계에서 힘들게 버텨온 나에게 불러주는 곡이기도 하고, 무한경쟁 시대에 지쳐있는 모든 이에게 불러주는 곡이다. 공연할 때마다 나도, 관객도 치유되는 경험을 한다.

우리 밴드가 표방하는 음악이 ‘친환경’ 음악이다. 건강에 좋다는 친환경 음식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건강한 음악을 먹이고픈 뜻에서다. 감사하게도 점점 우릴 찾아주는 곳이 많아 2년여 동안 수많은 공연무대에 설 수 있었다. 정식 무대 말고도 카페, 가족캠핑장, 캠퍼스, 공원, 바다, 대학로, 홍대, 지하철 등등 수많은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친환경 음악을 불러댔다. 부르는 우리도 행복하고, 듣는 이들도 분명 행복했으리라 믿는다. 정규앨범은 아니지만 싱글앨범도 두 장이나 냈다. 정말 꿈같은 일들이다.

게다가 잠시 놓고 있던 ‘연기자’로서의 역할도 다시 찾아왔다. 영화 ‘완전 소중한 사랑’에서 주조연역 진아로 지금 한창 촬영 중이다. 제목처럼 이 영화도 무척 따뜻한 치유와 사랑이야기가 그려질 예정이다.

지나온 긴 시간 무명세월이 참 아프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귀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친환경’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적어도 함께 울어주고 공감하고 꿈꿀 수 있는, 대중과 진정 소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낸 듯하다. 나름 동안외모를 자랑하지만 그래도 서른이 지나버린 나이, 하지만 앞으로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기대가 된다. 60~70대까지 멤버들이랑 친환경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 나의 지난 20대처럼 힘겹고 지쳐 있는 이들에게 건강한 음악을 마구 먹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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