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먹는 하마‘ AI, 에너지 절약 미래도 담당

입력 2024-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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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사용 전력, 구글 검색의 약 10배
AI, 건물 절전 시스템으로 주목
“빌딩 에너지 소비량 4년간 최대 25% 줄일 수도”
에너지 절약 여부, 부동산 가치 영향

▲전 세계 빌딩 부문 에너지 효율 제고 관련 투자액. 단위 10억 달러. 밑에서부터 유럽/미국/중국/기타. 지난해 총 2440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공지능(AI)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AI가 에너지 절약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이런 불안을 어느 정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대명사 챗GPT가 간단한 질문을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전력은 구글 검색의 약 10배에 달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업체 영국 암(Arm)의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CEO)는 “AI의 에너지 효율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수요의 최대 25%를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4% 정도다.

WSJ는 “아이러니하게도 AI를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을 향한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건물 공조설비와 조명 등을 항상 최적의 설정으로 유지한다는 매우 평범하게 보이는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다면 전력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EA는 “주택과 상업용 건물이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30%를 차지한다”며 “그중 3분의 1이 낭비된다”고 분석했다. 바깥 기온이나 건물 내 인원수와 상관없이 매일 특정 시간에 냉난방 설비를 껐다 켜는 것을 반복하는 건물 관리 시스템이 전력 낭비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 보급으로 월요일이나 금요일에는 평소보다 건물에 사람이 덜 있는데 전력은 평상시처럼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를 AI가 해결할 수 있다. 프랑스 전기 대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의 피터 허윅 CEO는 지난달 열린 한 에너지 업계 콘퍼런스에서 “AI가 빌딩 에너지 소비량을 향후 4년간 15~2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AI는 빌딩 내 물 사용량, 사람 수, 엘리베이터 운전 상황 등 정보를 수집해 대량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낸다. 이런 데이터와 일기예보 등에 근거해 더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설정할 수 있다.

IEA에 따르면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에서 연 1%씩 증가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한다는 IEA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글로벌 부동산 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지금보다 25%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를 약 2배로 늘려야 한다. 부동산 부문의 에너지 절약 대책에 대한 투자액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440억 달러(약 34조 원)에 달했다. 다만 이는 전년보다 4% 줄어든 것이다. 금리 상승과 석유·가스 가격 하락으로 투자 의욕이 약화한 영향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을 본 유럽 기업들은 그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중시하게 됐다.

미국 등 다른 나라도 기후변화 규제 강화로 에너지 절약 여부가 해당 건물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월 뉴욕시에서 시행된 법률은 건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1톤(t)당 286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결국 AI가 에너지 소유 급증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에너지 절약 해법도 AI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WSJ는 “AI가 부동산 부문을 시작으로 전 세계 에너지 절감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영국 런던증시 상장사인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브리티시랜드는 신축 건물 관리 시스템에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존 빌딩도 새 시스템을 적용하도록 수리할 계획이다. 슈나이더는 미국 캔자스주에 있는 한 회사 건물에 AI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연간 에너지 비용을 150만 달러 줄였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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