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 '특명' 비말차단 마스크 찾아라…"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입력 2020-07-0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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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판매된다는 '비말차단 마스크'를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이 편의점을 향했다. 하지만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7월 첫날, 특명이 떨어졌다.

1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된다는 '비말차단 마스크'를 사와 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동안 온라인몰에서만 판매된 '비말차단 마스크'는 매일 오전 9시 일정 물량이 판매됐지만, 판매 개시 후 사이트는 마비되고 1분 후면 이미 매진(Sold out) 표시가 뜨기에 '1분 마스크'라는 오명을 썼다.

정부는 이에 비밀차단 마스크의 판매처 확대라는 강수를 뒀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판매처를 확대한 만큼 기자도 이젠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 역시 쉽게 풀릴 리가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땀으로 온몸이 젖었다. 비말차단 마스크를 찾아 떠난 여정이 이렇게 고될 줄은 몰랐다.

비말차단 마스크는 의료진이 착용하는 덴탈 마스크를 일반인용으로 만든 마스크다. 기존에 착용하던 KF80·KF94·KF99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는 숨쉬기가 불편한 데다, 날이 더워지면서 답답해하는 사람도 많아 비말차단 마스크를 기다리는 사람이 늘었다. 숨쉬기 편하고, 덴탈 마스크와 비슷한 수준의 먼지 차단 능력(KF 기준 55∼80%)과 비말 차단 성능을 갖고 있다.

두꺼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지치고, 마스크 조달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기자도 큰 기대를 안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비말차단 마스크는 장당 500~600원이라 대량으로 구매해 여름내 착용하고 다닐 작정이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비말차단 마스크는 1인당 살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값싸게 마스크 걱정을 덜 수 있어 보였다.

기대와 달리 편의점 곳곳에서 비말차단 마스크를 찾기 어려웠다. 편의점 직원과 점주는 한목소리로 "없다"라는 답변을 내뱉었다. 주요 편의점인 GS25·CU·이마트24·세븐일레븐 모두 마찬가지였다. 영등포구 한 편의점 직원은 "오전부터 (비말차단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아직 들은 이야기는 없다"며 "언제쯤 들어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언론은 물론 유통업계의 '설레발'을 지적했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날부터 일괄 판매할 것처럼 홍보했다는 것. 이 점주는 "오늘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비말차단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침에 TV를 보고 알았다"며 "언론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보도하는 것도 문제고, 준비가 덜 됐는데 현장에 책임을 떠넘기는 유통업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일부 편의점은 문 앞에 마스크가 없다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대다수의 편의점에는 KF94와 덴탈마스크만 구비돼 있다. 빠른 곳은 이번 주말에 들어온다고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기자처럼 비말차단 마스크를 사러 온 사람 역시 헛걸음쳤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방역 인근에서 만난 최모(42) 씨는 "오늘부터 살 수 있다고 해서 편의점 5곳을 돌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금 보니까 실제 손에 쥐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며 "코로나19 초창기부터 당장 될 것처럼 말하고 안 된 것이 참 많다"고 토로했다. 짧은 점심시간 내에 편의점 여러 곳을 들린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하는 수 없이 '지인 찬스'를 썼다. 서울 내 다른 지역 편의점에서는 팔 수도 있을 터.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편의점을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지인 역시 비말차단 마스크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 광진구와 강남구, 종로구에 사는 지인들은 "편의점에서 아직 없다고 하더라. 이번 주 내로는 들어온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점점 구매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7월 첫 업무지시부터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지푸라기라도 심경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지난달부터 판매한 대형마트라도 가야 했다. 문제는 거리였다. 너무 멀어 포기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는 비말차단 마스크를 판매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이날부터 5개 입 1상자를 2500원에 판매한다고 했지만, 거리상 갈 수가 없었다.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번호표와 마스크를 맞바꾸고 있다. (뉴시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 초창기라 구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이번 달 안으로는 비말차단 마스크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1일부터 판매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다소 성급했든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지만,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공급에 차질이 없었던 것처럼 비말차단 마스크 없이 빠르게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시를 이행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전과 같은 마스크 대란이 더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은 품을 수 있었다. 편의점과 약국 등에서 마스크가 넉넉히 준비돼 있고, 비말차단 마스크까지 대량으로 풀릴 예정이기 때문. 본격적인 무더위에 앞서 비말차단 마스크가 시중에 나오기만을 기다려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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