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AI] '맞춤형 개인과외' 시대 저물까…누구보다 내 약점 잘 아는 '교육 AI'

입력 2020-06-19 16:13수정 2020-06-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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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AI'는 사회 곳곳에 적용돼 활약하고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가깝고도 멀리 있는 인공지능. 어디서, 어떻게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게티이미지뱅크)

#1990년 서울의 한 가정집. 과외 선생님이 학생에게 말한다. "5번 문제랑 6번 문제 틀렸네. 문법이 조금 약한 것 같으니까 개념을 잘 외워보자. 그다음에 다시 문제를 풀어보자"

#2020년 서울 지하철 9호선. 취업준비생인 A 씨가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스마트폰으로 토익 문제를 푼다. 22번과 23번 문제를 틀린 A 씨. 스마트폰에 '지금 가장 취약한 파트'라는 화면이 뜬다. 어떤 문제를 풀면 점수가 오를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 인공지능(AI)이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한 학급에 약 30명의 학생이 앉아 있다. 교사보다 학생 수가 더 많다. 약점 하나하나를 찾아내기 힘들다. 이와 달리, 과외는 부족한 점을 콕 집어 알려준다. 개인과외는 보완해야 할 점을 명확히 제시해줘 수요가 끊이질 않는다. '잘 나가는' 과외 선생님 몸값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젠 과외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AI가 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과외 선생님'의 AI화다.

◇'AI' 옷 입은 교육업계…매출도 '쑥쑥'

교육업계가 AI라는 새 옷을 입었다. 학습자의 실력을 분석하고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에 대한 욕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학습자나 학부모들 사이에서 수요가 많아졌고 관련 업계의 경제규모도 커지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AI 수학'으로 지난해 매출 500억 원을 돌파했다. 누적 데이터 500억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개인의 체감 난이도, 오답률에 따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교원그룹 역시 AI를 접목한 스마트 교육상품이 큰 성과를 거두면서 에듀사업본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4670억 원을 기록했다. 'AI 토익튜터 산타'로 잘 알려진 '뤼이드'는 2014년에 창업해 지난해 6월까지 약 3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성장이 유망한 업계라는 것을 방증한다.

교육업계가 AI에 힘입어 상승세에 오른 것은 한국만의 사례는 아니다. '에듀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듀테크란 교육 서비스업이 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기존과 다른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작년 12월, 시장조사업체 홀론IQ는 세계 교육 시장이 2025년 7조8000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에듀테크는 3420억 달러로 4.4%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12% 이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제공=뤼이드)

◇연간 200만 명이 보는 토익…"데이터 빠르게 모을 수 있는 시험"

에듀테크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전문 기업도 등장했다. 뤼이드가 이에 해당한다. 이곳은 연간 200만 명이 보는 토익에 자신들의 AI 기술을 접목했다. 1대1 맞춤 학습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 이영남 AI 선임연구원, 선윤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나 교육업계에서 활용되는 AI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뤼이드가 토익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데이터를 빠르게 모을 수 있고, 서비스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서다. 선윤아 COO는 "토익은 결제자와 학습자가 같고, 시험이 자주 있어서 데이터는 물론 애플리케이션(앱)의 효과까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익은 목숨 걸고 보는 시험이 아니라서 새로운 기술과 학습법을 제안하는 첫 시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수능처럼 큰 시험은 학습자의 습관을 바꾸기도 어렵고, 시험도 적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I는 안다, 내가 무슨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AI는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학습자의 실력을 진단한다. 여기에 어떤 문제를 풀어야 점수가 오르는지,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정량화해준다. 과거에는 교사가 경험과 직관으로 이 일을 했다면 이제는 AI가 더욱 정교하게 해낸다.

특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문제 추천'이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넘어 학습환경까지 고려한 문제 추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영남 선임연구원은 "문제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어디서 푸는지, 풀이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라며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뒤 문제를 추천해 성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습자가 문제 풀이를 중단할 것을 예측해 앱에서 이탈하지 않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심의 눈초리가 생길 때쯤, 흥미로운 데이터를 발견했다. 학습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걸 입증한 데이터다. 뤼이드에 따르면 자사 앱 이용자의 평균 문제 풀이 수는 893.54건인데 이는 문제집 1.5권 분량에 해당한다. 문제집 평균 문제 풀이 수 대비 300% 높은 수치다. 20시간 학습하면 점수는 130점 높아졌다. 토익이 990점 만점이므로 130점은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이러닝 코리아 : 에듀테크페어 & 콘퍼런스'에서 관람객들이 에듀테크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뉴시스)

◇재주 많은 AI, 넘어야 할 산은 있다…교사의 미래는 어떻게?

AI가 학습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지만, 한계도 있다. 교육에서는 AI가 걸음마를 떼는 단계라 일부 서비스는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다고 한다.

선윤아 COO는 "교육은 워낙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영역이다 보니 AI 도입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뤼이드는 일단 '시험'으로 영역을 명확히 하고 점수를 높이는데 최적화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검증하지만 (시중에 나온 AI 중) 일부는 개인 맞춤화가 됐는지 안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 맞춤화된 학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고, 이를 어떻게 증명할지도 향후 과제인 셈이다.

AI가 발전할 때마다 거론되는 일자리 문제에서는 다소 안심할 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AI가 대중화되더라도 교사들의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와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이영남 선임연구원은 "학생을 평가하고 숙제를 봐주는 등 실력을 올리는 것은 AI가 대체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도덕성, 협동심 등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는 본질적인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AI는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한 조력자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숙제를 내주고 검사하는 업무는 AI가 할 수 있지만, 학생을 상담하고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가르침을 주는 것은 교사의 업무란 뜻이다.

▲이영남 뤼이드 AI선임연구원 (왼쪽에서 두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자사 앱 'AI 토익튜터 산타'를 바라보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누구나 저비용으로 '개인 과외' 받는 시대 도래할까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 AI의 발달로 누구나 과외 선생님을 집에 둘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고액과외'라는 말이 대명사처럼 사용됐지만, AI는 비용도 저렴하다. 이젠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선윤아 COO는 "AI에 기반을 둔 서비스와 플랫폼은 학습자가 아무리 많아도 수용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에게 낮은 가격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교육 시장이 공급자 단계에서 왜곡돼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혁신으로 소비자 중심의 교육기회 평준화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이는 영어나 수학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윤아 COO는 "공인중개사와 같은 자격증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에도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기업들의 사내 교육도 처리할 수 있다. 객관식 시험으로 평가하고 진단하는 모든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논술이나 서술형 시험처럼 주관식 문제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기술이 키워드 하나를 제시하면 수필 한 편을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짧은 미래에 학습 방법과 그 모습이 크게 변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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