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립의 중립, 직립] 점쟁이도 못 맞히게 될 40대 운명

입력 2020-02-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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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부장대우

몇 해 전 아내가 지인들과 함께 점집에 다녀온 적이 있다. 아내는 남편과 자녀의 사주를 넣었고, 점쟁이는 남편이 이제부터 술술 풀릴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때가 대략 40대에 접어든 때로 기억된다. 40대는 한창 일할 나이다. 자신의 노력 여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40대는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나잇대다. 이 같은 이유에서 “나도 그런 말은 할 수 있겠다”며 한 해를 계획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었다.

국가 경제를 이끄는 허리, 가정에선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40대다. 그런데 이런 40대가 무너지고 있으니 우리 경제가 걱정이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으며, 직장에선 내몰리듯 나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중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의 고용률이 올랐다. 15~29세는 1.1%포인트(P), 30대 1.5%P, 50대 0.3%P, 60대 2.6%P 고용률이 상승했지만 40대는 0.2%P 감소했다.

특히 도매 및 소매업, 제조업의 일거리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도매 및 소매업은 4만8000명, 제조업은 4만4000명 각각 감소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전년 대비 56만8000명 증가하며 5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점에 비춰볼 때 이 업종의 심각성은 더 크다.

지난해 비자발적으로 퇴직한 40대는 전년보다 1만 명 늘어난 18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 휴·폐업으로 실직한 40대는 전년(1만8000명) 대비 7000명 넘게 늘어난 2만6000명으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일거리가 없거나 사업 부진으로 직장을 잃은 40대도 전년 4만9000명보다 8000명 넘게 늘어난 5만8000명이나 됐다. 그야말로 40대의 수난 시대다.

나잇대를 올리면 더 우울하다. 50대 역시 비자발적 퇴직자가 30만2000명으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30만 명대로 올라섰다. 40·50대를 합친 비자발적 퇴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9만6000명)부터 2017년(40만6000명)까지 줄곧 감소(2014년만 제외) 추세였으나, 2018년 45만7000명, 2019년 48만9000명으로 2년 연속 늘었다. 50대에서는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11만7000명 → 13만 명), 명퇴·조기퇴직·정리해고(4만6000명 → 5만2000명) 사유를 중심으로 비자발적 퇴직자가 급증했다.

비자발적 퇴직자를 포함한 퇴직자 중 적잖은 인력이 자영업으로 흡수되고 있는데 자영업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을 보면 작년 3분기 전국 가구의 사업소득은 87만9800원으로 4.9% 감소하며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 폭도 2003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내수가 좋지 않다는 점도 설상가상이다.

누군가의 아버지·어머니인 가장이 무너지고 있고, 이는 국가 경제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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